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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6월 5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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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종금사에 10억원을 예치하고 있다는 한 고객은 정부의 개정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고심끝에 이렇게 결정했다.
이처럼 새로운 예금자보험제도의 시행은 금융권간 자금이동을 부추겨 부실 금융기관의 퇴출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이동 예상〓5일 은행 종합금융 투자신탁 창구에는 해당 금융기관의 건전성 여부와 예금상품의 원리금 보장여부를 묻는 전화가 하루종일 빗발쳤다. 우량 금융기관은 신규예금상담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으며 부실 금융기관은 곧 나타날지 모르는 예금인출을 막기위해 바쁜 모습.
자금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찍힌 일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 리딩뱅크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금융권의 예측. 당장 국민 주택 외환 신한 하나 보람 한미은행들이 예금자보호법의 시혜를 톡톡히 볼 것같다.
후발 은행의 고위임원은 “7월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신종적립신탁 예치금 25조원가운데 상당액이 우량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액예금자들이 많은 종금사의 경우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고 하지만 부실종금사에서 우량종금사나 은행쪽으로 자금이 이동할 여지가 높다. 또 투신사와 상호신용금고 새마을금고 등 은행에 비해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다른 2금융기관들도 예금인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속도가 붙은 구조조정〓동양종금의 김관식(金寬植)자금부장은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을 강제로 퇴출시키는 것보다는 고객이 알아서 부실 금융기관을 외면하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금융당국이 이달말까지 일부 부실은행의 경영정상화계획을 승인하지 않으면 해당 은행은 당장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 시달려 결국 스스로 합병되는 길을 택할 것이란 전망.
신(新)예금자보호법의 불똥은 기업 구조조정에도 일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이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위해 기업대출을 회수하는 경우 부실기업의 연쇄 퇴출이 예상된다”고 점쳤다.
특히 보증보험계약을 예금보험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부실기업의 퇴출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반응.5대그룹 주력계열사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회사채는 물론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경로가 사실상 봉쇄돼 상당한 퇴출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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