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1백마르크에 담은 사랑

입력 1998-05-12 19:58수정 2009-09-2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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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동아일보 인터넷신문(www.donga.com)에서 ‘숨진 엄마곁에서 열흘만에 탈진상태로 발견된 3세여아’ 양지원양의 기사를 본 황지욱(黃智郁·33·도르트문트대 지역개발학과 박사과정)씨는 12일 동아일보사에 1백마르크(약 7만6천원)를 우송해 왔다.

그는 지원이의 사연을 읽고 동갑내기인 딸 희라가 떠올라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엄마가 잠시라도 낮잠을 자면 “엄마, 눈 떠, 희라 심심해, 눈 떠, 엄마”라고 보채며 엄마의 눈꺼풀을 고사리손으로 뒤집곤 하는 희라의 모습에 지원이의 모습이 겹쳤던 것이다.

“어린 것이 엄마가 숨진 줄도 모르고 놀아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선했어요.”

‘지원이를 위해 써 달라’는 간략한 편지와 함께 50마르크짜리 지폐 두장을 편지봉투에 동봉한 그는 고작 이 정도밖에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같은 부모로서 평생동안 얼굴을 들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해 부모로부터 송금을 받지 않는 그는 현재 독일의 한 사회단체가 제공하는 매달 1백만원 가량의 장학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물가가 비싼 독일에서 집세와 생활비를 대기도 빠듯해 틈만 나면 신문배달과 시간당 5마르크짜리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고 있는 형편이다.

황씨는 기자와의 국제전화에서 “대량해고로 인해 제2, 제3의 지원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귀국한 뒤에도 불우한 어린이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면서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지원이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환한 웃음을 되찾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얼굴은 마주하지 않았지만 그가 ‘착한 사마리아인’ 같은 사람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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