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프랑스 레몽 장 소설 「마드모아젤 보바리」

  • 입력 1998년 5월 12일 07시 08분


어느날 작품 속의 인물이 걸어나와 작가에게 “왜 날 이렇게 그려놓았죠? 왜 내 인생을 모든 사람들에게 말해 버린 거예요?”라고 원망을 퍼붓는다면? 작가는 그 인물들에게 “내게 상상력의 자유를 달라”고 호소해야할까?

프랑스 작가 레몽 장의 소설 ‘마드모아젤 보바리’(여백)는 이런 공상을 한편의 짧은 소설로 엮은 작품.

어느날 ‘마담 보바리’의 작가 플로베르에게 베르트라는 이름의 가난한 처녀가 찾아온다. 그녀는 불륜행각을 벌이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마담 보바리의 외동딸.

부모가 죽은 후 방직공장 여공이 된 베르트는 어느날 ‘가족사의 비밀’이 소설로 묶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누가 선생님께 저의 예쁜 구두에 관해 알려줬나요? 제가 어머니 침대에서 선물을 찾을 거라고 누가 말했죠? 제 눈을 부시게 만들었던 불빛이랑 촛불들까지 누가 선생님께 가르쳐 주었나요?”

실제로 ‘보바리부인’은 당시 프랑스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들라마르 부인의 음독자살사건을 모티브로 플로베르가 5년에 걸쳐 집필한 것. 출간 후에는 외설시비에 휘말려 법정에 회부됐다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기지 넘치는 작가 레몽 장은 ‘마드모아젤 보바리’에서 늘 무대 뒤에 숨어있던 작가를 전면에 끌어낸다. 소설과 소설 바깥의 현실, 작가와 작중인물을 한 그물코에 꿰는 독특한 직조. 레몽 장은 이 짧은 소설 속에 ‘작가는 누구인가’‘리얼리티와 상상력을 부리는 작가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숨기고 있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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