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봉화읍 닭실마을]三南의 4대길지 무공해마을

  • 입력 1998년 5월 6일 20시 08분


봉화읍엔 택리지를 쓴 이중환이 경주 양동, 안동 내앞, 풍산 하회와 함께 삼남의 4대길지의 하나로 꼽은 명소가 있다. 그곳은 다름아닌 닭실마을(행정구역상 유곡2리).

이 마을은 안동권씨 중에서도 조선중기 문신 충재 권벌(1478∼1548)을 중심으로 한 일가가 이룬 동족마을이다.

멀리서 봐도 기와집들이 연이어 있어 오래된 양반 마을임을 느끼게 한다.

마을 동북쪽으로는 문수산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쳐 서남으로 뻗어내린 백설령이 암탉이 알을 품은 형상이고 동남으로는 신선이 옥퉁소를 불었다는 옥적봉이 수탉이 활개치는 모습이어서 닭실마을이란 지명이 붙었다.

권벌은 27세때인 연산군 10년에 대과에 급제, 조광조가 신진사류 대표로 왕도정치의 뜻을 펼칠때 영남 사림파 한사람으로 기호사림파와 연결해 개혁정치에 참여했다.

그러나 1519년 기묘사화에 연루돼 귀향한뒤 어머니 묘가 있던 이곳 닭실마을에 자리잡았다.

그는 영남의 주도적인 학자들인 이현보 손중돈 이언적등과 교유했으며 퇴계 이황과도 학문적 공감을 나눴다.

그와 관련된 유적들이 모두 사적으로 지정돼있다.

그중에서도 정자 청암정은 이중환이 “연못 한복판 큰 돌위에 있어 섬과 같으며 냇물이 고리처럼 둘러쳐 있는 사방은 아늑하다”고 할 정도로 경치가 좋다.

청암정에는 충재의 친필 글씨말고도 이황, 번암 채제공, 미수 허목등 조선 중후기 명필들의 글씨로 새긴 현판이 여럿 걸려있다.

충재의 큰아들 청암 권동보가 지은 정자인 석천정사도 개울가에 있는 창문을 열면 그대로 개울풍광이 쏟아져 들어와 선경을 빚어낸다.

닭실마을을 가려면 봉화읍 삼계리 사거리로 나와 왼쪽 춘양 울진방면으로 난 36번 국도를 따라 1.1㎞ 가서 영동선 철교밑을 지나 곧바로 길 왼쪽으로 유곡교를 건너면 닭실마을로 가는 마을길이 나온다.

이길을 따라 닭실마을 안으로 약 4백m가면 청암정이 있는 충재종가가 있다.

버스를 타고 가려면 봉화읍에서 닭실마을 입구 유곡1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허문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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