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정용균/어이없는 강제연행

  • 입력 1998년 5월 5일 20시 15분


“경찰이 시민의 인권과 명예를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겁니까.”

김모씨(46·사업·대구 남구 대명동 S아파트)는 1주일전 경찰에 끌려가 모욕을 당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록 마약복용 혐의가 풀리긴 했지만 연행 당시의 수모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본 가족과 이웃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대구 남부경찰서 형사 4명이 김씨의 아파트에 들이닥친 것은 지난달 28일 오전 8시경. 이들은동사무소 직원이라고 속여 현관문을열게 한 뒤 다짜고짜 “잠깐 조사할 게있으니경찰서로가자”고 다그쳤다.

김씨는 “이유나 알고 가자”고 따졌으나 이들은 “가보면 안다”며 김씨를 먼저 아파트 주차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고는 이웃주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김씨의 승용차를 샅샅이 뒤졌다.

잠시후 김씨를 경찰서로 연행한 이들은 “당신이 마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소변검사를 해보자”며 소변용기를 얼굴 앞에 들이댔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마약거래로 돈을 번 것으로 치부하는 수사관들의 말투였다. “당신, 아주 큰 집에 살던데…. 다 털어놓지 그래.”

비로소 자신이 왜 강제연행됐는지를 알게 된 김씨는 1초라도 빨리 누명을 벗기 위해 순순히 소변검사에 응했다. 물론 마약복용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수사관들은 대뜸 “언제 ‘뽕’을 맞았느냐. 지금이라도 바른대로 말하는 게 좋다”며 20분 가까이 김씨를 윽박질렀다. 김씨는 직업 학력 등을 소상히 얘기하면서 “나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며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그제서야 간부로 보이는 한 수사관이 다가와 “평소 원한을 산 적이 있느냐. 누군가가 거짓신고를 한 것 같다.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했다.

김씨가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대구경찰청이 ‘김씨가 마약복용자’라는 전화신고를 받고 남부경찰서에 이를 통보,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씨는 “아내와 자녀, 이웃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땅에 떨어진 가장의 위신과 명예를 어디에서 보상받느냐”고 하소연했다.

〈대구〓정용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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