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정자/『힘든 공부 꼭 열매 맺을거야』

  • 입력 1998년 4월 23일 07시 59분


여준아.

신부의 새하얀 드레스를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던 목련도 어느샌가 한잎 두잎 꽃잎을 떨구고 연보랏빛 라일락이 은은하게 향기를 내뿜고 있구나.

네가 원하는 대학엘 가지 못해 재수를 시작한 지도 벌써 두 달이 가까워 온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타 온 상장이 방 한쪽 벽을 도배하고도 남을 만큼 우등생이었고 매사에 모범이었던 네가 재수를 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물론 너도 마찬가지였지. 재수하는 것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아 너나 나나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에 적응해 가는 너를 바라보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어젯밤 늦게 귀가하는 너를 마중나갔다가 함께 집에 들어섰을 때였다. “엄마, 내일도 해가 뜨지?”라는 너의 말에 난 무심코 “뜨겠지”하고 대답했지. “내일엔 해가 뜨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너의 말을 들으며 그때서야 잠이 부족해서 그런다는 걸 알았단다.

학교에 다닐 때보다도 더 일찍 일어나야 하니 왜 안 그렇겠니. 잠이 모자라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너를 보면 정말 안쓰럽단다. 엄마가 대신 해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먼저 위로해 주고 챙겨주는 네 효성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목이 메일 때도 있단다.

여준아.

우리 모두 힘들지만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면 꼭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안방 벽의 달력에 이런 글귀가 써 있지 않니. ‘봄에 고생하며 씨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고 젊어서 부지런히 노력하지 않으면 늙어서 바랄 것이 없다.’

나는 이 글귀를 수도 없이 읽으며 마음을 다 잡는다. 우리 이 말을 다시 한번 가슴깊이 새기고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김정자(인천 부평구 십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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