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리포트⑬]인터넷 가상대학 「피닉스」

  • 입력 1998년 4월 23일 07시 29분


직장을 다니면서 해외로 ‘유학’갈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토당토않은 얘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에게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가 열려 있다.

인터넷 가상공간에 캠퍼스를 세우고 교수와 학생이 온라인으로 만나 강의하고 수업받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들이 지구촌에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사막 도시인 피닉스에 달랑 건물 두 동밖에 없는 피닉스대. 캠퍼스엔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지 않지만 이 학교 재학생은 미국 서부와 동부는 물론 세계 21개국에서 만날 수 있다.

피닉스대는 10년 전부터 ‘온라인 캠퍼스(www.uophx.edu/online)’를 개설해 학생들의 재택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피닉스대에서 현재 수업을 듣는 학생은 4천명이 넘는다. 실제 피닉스대 캠퍼스엔 단 한번도 와보지 않고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8백명에 이른다.

가상공간속의 온라인 학교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입학할 순 없다. 피닉스 온라인대에 입학하려면 나이는 23세 이상이어야 하고 뛰어난 영어실력과 최소한 3년 이상의 직장 경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입학시험까지 치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 나라에서 이 학교에 입학하려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 온라인캠퍼스의 학생들은 평균 연수입이 7만달러에 평균 연령 35.5세, 15년의 직장경력을 갖고 있다.

피닉스대는 89년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온라인캠퍼스 본부를 처음 세우고 얼굴을 마주보고 공부하는 전통적인 교수법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원격 교수법에 도전했다. 미국 교육계에서 조차 처음에는 별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 학교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대학마다 온라인대학 과정을 개설하거나 추진하고 있을 만큼 온라인캠퍼스가 새로운 교육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캠퍼스의 장점은 일단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해 공부할 수 있다는 것. 미국 대학이 교수 1인당 평균 학생수가 12명이 넘는 수준인데 비해 피닉스 온라인대학에서는 교수 1인당 9명의 학생이 한 조를 이뤄 인터넷교실에서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눈다.

기술적으로 아직까지 멀티미디어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인터넷 전자우편과 전자게시판 기능만으로도 최고의 학습효과를 올린다고 자부한다.

실제 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아무리 온라인 학교라지만 실제 교실에서 만나 공부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불편하고 어려운 것은 아닐까.

피닉스대의 주장은 한 마디로 ‘노(No)’. 최근 졸업한 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만족한다는 대답이 무려 80%가 넘는다. 실제 대학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은 피닉스 온라인대 재학생은 돈을 내고 등록하면 93%가 각 코스를 끝까지 마친다. 경영학과 정보통신 부문에만 학위를 제공하고 있는데 입학생의 60%가 졸업을 한다.

학위를 따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도 2.5∼3년. 실제 캠퍼스가 있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수치다.

온라인 수업과 토론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실제 교실에서는 적극적인 성향의 학생이 주로 발표나 질문을 맡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수업에 어울리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 하지만 온라인캠퍼스의 학생은 전자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못하면 바로 학점에 영향을 받는다. 또 얼굴을 마주보지 않으면서 말이 아닌 생각이 정돈된 글로 토론하기 때문에 수업의 참여와 효과가 훨씬 높다는 게 피닉스대측의 설명.

하지만 미국 대학에서 자주 강조하는 학생들의 ‘구두 발표력’은 쉽게 높일 수 없다는 것이 구조적 취약점. 온라인캠퍼스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앞으로는 현재 연구중인 화상회의 시스템이나 멀티미디어 통신 교육수단이 활용되면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대학은 인터넷으로만 수업을 함께 받고 토론하는 까닭에 어쩌다 급우를 밖에서 마주친다 해도 전혀 알아볼 수 없다. 올해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피닉스 온라인캠퍼스 졸업식장에는 겨우 1백명의 교수 학생이 참가했다. 학창시절 친하게 지내고 함께 토론한 급우의 얼굴을 졸업식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된 셈이다.

“네가 톰이구나” “제인, 뚱뚱한 줄 알았는데 아주 미인이구나”….

인터넷학교 접속 사용자번호(ID)와 이름만으로 서로를 확인하는 이들에게 이 졸업식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법하다.

피닉스대는 세계에서 가장 학생수가 많고 성공적인 온라인캠퍼스로 평가받고 있다. 온라인캠퍼스의 미국 전역 60여개 학습센터와 연계해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도와준다.

뉴미디어교육 전문가들은 온라인캠퍼스가 곧 다가올 미래에는 누구나 원하는 평생교육으로서 학교 수업의 전형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피닉스·샌프란시스코〓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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