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공개않은 「선심 단체장」

  • 입력 1998년 4월 21일 19시 24분


행정자치부가 20일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감사결과를 보면 왜 예산을 들여 감사를 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행자부는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적발된 위법사례의 대부분이 민선단체장의 선심성 예산낭비였다면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의 선심행정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국민의 피같은 세금을 개인의 이미지관리에 ‘유용’한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자신의 치적홍보를 위해 가장 많은 세금을 낭비한 단체장도,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단체의 명단을 밝히는 것도 거부했다.

‘○○도는 탁상시계 등 1억2천7백만원 상당의 선물을 배포’ ‘△△군은 해외여행경비 1억5천8백만원 지출, 전년도의 5.4배’.

행자부가 그나마 공개한 몇몇 사례도 전부 이런 식이다.

더구나 징계받은 공무원은 민선단체장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애꿎은 실무자뿐이다.

결국 세금을 멋대로 써버린 ‘위법 단체장’일수록 다음 선거에서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고 오히려 ‘인심좋은 단체장’이 돼 표를 많이 얻을 가능성이 크게 됐다. 행자부 관계자는 “감사결과 발표가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구체적인 명단을 공개할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예산낭비 사실이 적발되고도 이런 사실이 공개되지 않아 다음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민선단체장 치고 ‘세금유용’에 유혹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해당 단체장에 대한 신상필벌은 물론이고 명단 공개조차 않을 바에야 왜 아까운 예산과 인력, 시간을 투입해 감사를 하는지…. 이게 오히려 예산낭비가 아닐까.

윤종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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