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702)

  • 입력 1998년 4월 20일 20시 35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27〉

식사가 끝나고 알리바바와 손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마르자나는 방을 나갔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 때 그 젊은 처녀는 뜻밖에도 무희(舞姬) 차림을 하고 들어왔다. 이마에는 금화를 연결한 장식을 두르고, 목에는 호박 목걸이를 걸고, 허리에는 황금 그물코의 띠를 매고, 손목과 발목에는 금방울까지 끼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답게 치장을 한 그녀는 흔히 무희들이 등장할 때 그렇게 하듯이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고, 상체를 똑바로 편 채 율동을 하며 들어왔다. 게다가 그녀의 뒤에는 남자 노예 압둘라까지 북을 치며 등장했다. 영문을 모르는 알리바바로서는 이 뜻밖의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손님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마르자나가 특별한 계획을 세웠구나 하고만 생각했다.

거실 안으로 들어온 마르자나는 더없이 우아한 동작으로 주인 앞에 절을 했다. 그러자 알리바바는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음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마르자나가 춤을 추는 걸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로서는, 만약 그녀가 춤을 잘 추지 못한다면 공연히 손님 앞에서 망신만 당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주인 앞에 절을 한 마르자나는 압둘라 쪽을 향하여 가벼운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갑자기 북소리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마르자나는 새처럼 가벼운 동작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알리바바는 비로소 안심을 했다. 마르자나의 춤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마르자나는 지칠 줄 모르고 갖가지 모양의 춤을 추었다. 그녀의 춤동작이 얼마나 아름답고 현란했던지 주인과 주인의 아들, 그리고 손님은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러한 구경꾼들의 반응을 읽은 그녀는 이제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더없이 격정적인 북의 리듬에 맞추어 금빛 칼을 번득이며 춤을 추고 있는 그녀의 동작은 정말이지 비할 데 없이 강렬하게 아름다웠다. 그녀의 춤이 절정에 이르자 세 사람의 구경꾼은 경탄에 찬 소리를 질렀다.

마르자나가 추는 칼춤이 한 고비에 이르자 북소리는 차차 완만해지고 작아지다가 마침내 소리가 멎을 만큼 약해졌다. 그 소리와 함께 마르자나는 물결처럼 가슴을 일렁이면서 춤을 끝냈다. 보고 있던 세 사람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춤을 마친 마르자나는 다시 압둘라 쪽으로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 노예 소년은 그녀에게 탬버린을 던져주었다. 마르자나는 새처럼 가벼운 동작으로 그것을 받아들고는 세 사람의 구경꾼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알리바바는 마르자나의 그 뜻하지 않은 행동에 약간 언짢은 마음도 들긴 했지만, 그 매력과 재주에 거역하지 못하고 그녀가 내미는 탬버린에 금화 한 닢을 던져주었다. 마르자나는 공손하게 절을 하고 미소로써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그녀는 알리바바의 아들 앞에 탬버린을 내밀었다. 그러자 젊은 주인 또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금화 한 닢을 던져주었다. 마르자나는 이제 그 소금을 싫어한다는 손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손님은 돈을 꺼내려고 지갑을 열어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마르자나는 날쌘 고양이처럼 손님에게 달려들어 감추고 있던 단검으로 손님의 심장을 찔렀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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