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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4월 3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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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범’으로 불리는 모리스 파퐁(87)은 2일 10년 징역에 10년간 시민권 박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파퐁은 선고 직전 40분에 걸친 최후진술에서 “왜 내 책임이냐”고 항변했다. 이 항변은 프랑스의 아픈 현대사를 건드리는 것이었다.
6개월동안 진행된 재판 내내 파퐁은 일관되게 “나는 당시 보르도시 치안책임자로서 비시정부가 내린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랑스는 2차대전이 끝난 뒤 나치정권에 협력했던 비시정부의 고위직들을 대거 처형했으나 비시정부 자체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오히려 ‘나치 점령기간중 집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는 이른바 ‘방패이론’으로 비시정부를 은근히 두둔해온 면도 있었다.
따라서 파퐁에 대한 이번 판결이 한 개인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비시정부에 대한 유죄판결로 확대해석될 수 있고 프랑스 현대사도 재평가해야 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
파퐁이 최후진술에서 혐의사실에 대한 검찰의 ‘일부 무죄 인정’을 거부하면서 “이 범죄는 전부 아니면 전무이기 때문에 나는 유죄 아니면 무죄”라고 주장한 것은 이같은 역사적 배경 때문이었다. 역사는 재정리하지 않고 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파퐁처럼 수동적으로 비시정부의 명령을 수행한 많은 생존자가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엄밀한 뜻에서 그를 ‘마지막 전범’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프랑스는 이번 재판에 대해 곤혹스러워했는지도 모른다.
김상영<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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