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3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남수원중학교(교장 조규웅·曺圭雄) 교장실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은 장학금 기증식이 열렸다.
기증식조차 번거롭다며 한사코 마다하는 유족들을 설득해 어렵사리 열린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개교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이 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암투병 끝에 2월 향년 63세로 세상을 떠난 초대교장 오순자(吳順子·여)씨. 오씨 가족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연금으로 나온 1억원을 이 학교에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교장선생님께서 96년3월 부임하신 뒤 운동장의 돌맹이를 일일이 골라내고 꽃과 나무를 손수 키우셨는데 이제는 다른 학교에서 견학까지 올 정도가 됐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정성 들여 창단한 축구부가 3월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좋은 날들을 보지 못하고 떠나신 선생님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겠습니다.”
고인을 가까이 모셨던 한춘희(韓春熙)교감의 회고담에 기증식장에 참석한 10여명은 금세 숙연해졌다.
“어릴 때 다리를 다쳐 보행에 다소 지장이 있으셨는데도 늘 정력적으로 학교 일을 하셨습니다. 유족들도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고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모두 어려울 때인데 정말 소중하게 쓰겠습니다.”
교사들은 고인이 평소 재래시장에서 산 옷을 10년 넘게 입을 정도로 검소한 분이었다고 추모했다.
오씨의 남편인 黃종태(63·전남양주시장)씨는 “아내는 6개월의 투병생활 내내 자기 몸보다 학교와 제자들을 더 걱정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왕소금’으로 불릴 정도로 검소하고 청렴한 황씨는 말단서기에서 시장까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아내의 유지를 잇기위해 얼마간 모아놓은 내 퇴직금 등도 죽기전에 장학금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고인이 재직시절 아끼던 교문 앞 노송의 이름을 따 ‘푸른솔장학회’로 명명하고 소년소녀가장 등 형편이 어려운 재학생 10명에게 ‘고귀한 뜻’을 전하기로 했다.
〈수원〓박윤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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