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25일]저 들꽃 햇살 품어 꽃망울 터뜨리고

  • 입력 1998년 3월 24일 20시 08분


완연한 봄날씨. 일찍 첫선을 보인 봄. 주춤주춤 온몸을 드러내기가 쑥스러웠던가. 이성부의 시구처럼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는 봄. 기다림이 커서인가, 더디게 왔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쨌든 수은주가 쑥 올라간다. 아침 1∼6도, 낮 13∼17도. 고궁엔 ‘결혼 바람’. 막 꽃망울이 터진 개나리 사이, 턱시도와 웨딩드레스 바람의 신랑 신부와 친구들 사진사가 ‘세트’로 우르르르…. 기쁜 결혼, 그러나 요란한 풍습에 대한 비난도 많다. “사진사가 결혼일정을 쥐락펴락하는 세상”이라며 혀를 차는 이도. 갑자기 대학시절 은사(恩師)가 생각난다. 주례를 맡아 결혼서약을 시킬 때마다 하객들을 모두 일어서게 하시는 분. 그 분이 유난히 생각나는 봄날이다. 선생님, 잘 계시겠지요?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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