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양창순/충고하면 화내는 남편

  • 입력 1998년 3월 19일 20시 09분


아내의 충고에 조금도 귀기울이지 않는 남편 때문에 속상하다는 하소연을 해오는 여성들이 많다. 친구의 조언은 두말없이 수용하는 남편이 아내가 얘기하면 마구 화를 내거나 청개구리처럼 어긋난 반응만 보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의견이 잘못되지 않다는 것은 그도 잘 알아요. 결국 내가 충고한 대로 일을 처리하거든요. 그러면서도 그것이 내 의견이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 거예요. 그것이 남자의 자존심인가요?”

이쯤되면 어느 아내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먼저 남자의 심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편적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은 성장과정에서 받은 교육이나 주위 사람들이 보이는 기대치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늘 용감하고 씩씩하고 강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다. 남자답다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의어일 때도 많다. 그러나 실패와 좌절이 없는 삶이 어디 있는가. 문제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를 가진 남자일수록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 아내 앞에서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는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내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끝까지 충고하고 따지고 든다면 그는 더욱 폭군적으로 변할 수 있다. 남편이 이런 타입이라면 아내는 그가 원할 때에 한해 친구처럼 편안한 의논상대가 되어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양창순(서울백제정신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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