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인수/「고스톱판」 사라질까?

  • 입력 1998년 3월 13일 19시 19분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스톱 파문’이 본지에 연이틀 보도된 12일 한 독자는 분을 못참고 한나라당 당사에 항의전화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천연덕스럽게 ‘거짓 기사’라고 잡아뗐다. 독자는 이 사실을 본사에 알리며 “도무지 반성하는 기색이 없더라”고 개탄했다.

영문 이니셜로 소개됐던 도박 의원들의 반응은 더 가관이었다. 이들은 보좌진을 통해 “터무니없는 소리 말라” “누가 봤느냐” “김씨도 강씨도 다 K의원인데 왜 우리에게만 묻느냐”며 한결같이 ‘오리발’을 내밀었다.

한 술 더 떠 ‘여당의 조직적 음해론’을 펴는 의원도 있었다. 경색정국이 계속되자 여권에서 야당 압박의 일환으로 허위 사실을 조작해 언론에 흘렸다며 오히려 흥분했다.

국회 윤리위도 남의 일처럼 손을 놓고 있다. 국회의장의 요청이나 20명 이상 의원들의 찬성이 있어야 문제 의원들을 윤리위에 회부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 윤리위의 한 관계자는 “소문만 그렇지 확인은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 법이다. 의원들의 거액 도박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번 도박 의원 명단에서 빠진 한 의원은 얼마전 기자에게 “30분만에 25만원이나 털렸다”며 억울해 했다.

광을 파는 사이 잠시 자기 사무실에 들렀다가 복도에서 기자들과 마주쳐 멋쩍은 표정을 지었던 의원도 있었다. “요즘은 아무개 의원이 끗발이 오른다더라”는 뒷얘기도 무성했다.

한나라당은 13일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성명을 내고 당차원의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차제에 ‘민의의 전당’에서 화투짝이 영원히 사라졌으면 한다.

송인수<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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