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떠나는 마음]

  • 입력 1998년 3월 12일 08시 19분


상대의 폐부 깊숙이 찌를 한마디/말을 위하여/날카롭게 이빨을 간다./철 늦게 돋아 앓기만 하던 사랑니는 이미/빼버린 지 오래,/오늘도 하루의 사냥을 위하여/칼을 갈듯 이빨을 가는/출근길/도시의 사내.(오세영의‘도시의 사내’에서)

출근길/날렵하게 스커트를 걸치고/거울 앞에 서보는 도시의 여자,/무슨 탈을 쓸까,/붉은 루주를 입에 물고/우는 얼굴 위에 그려넣는 웃는 얼굴,/슬픈 얼굴 위에 그려넣는 기쁨의/얼굴.(오세영의 ‘도시의 여자’에서)

도시는 사냥터. 오늘의 표적은 뭔가. 서로가 서로의 표적이 되어 쫓고 쫓긴다. 슬프구나. 저 환장하도록 눈부신 봄은 어이하나. 그대, 잠시 바보가 돼보라. 살아 있는 것이 너무 황홀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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