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정봉기/伊 남자들의 인기비결

  • 입력 1998년 3월 10일 08시 12분


최근 퇴근길에 막힐만한 길도 아닌데 교통이 혼잡하고 주위가 시끌벅적해 자동차 창문 밖을 무심히 내다보곤 쓴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왜냐하면 차를 몰고가던 이탈리아 남자들이 지나가는 젊은 여자에게 서로 먼저 말을 걸어보겠다고 정차하는 바람에 교통 혼잡이 빚어졌기 때문이다.얼마전 유럽여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가장 인기있는 국가의 남자로 이탈리아 남자들이 압도적인 차로 1등을 차지했다. 이탈리아 남자들의 인기비결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이들의 패션감각과 유머를 즐기는 낙천적인 성격 및 친절함 그리고 목적을 이룰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 등이 어우러져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한다.

이탈리아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저마다의 개성을 강조하는 패션코디에 전문가들이다. 자기집 앞 구멍가게를 갈 때도, 개와 함께 산책할 때에도 옷은 물론 신발 모자 시계에 이르기까지 조화롭고 세련된 토털패션 감각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멋있게 차려입은 것을 보게 된다.

각자의 개성에 어울리는 것을 추구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우리처럼 특정 연예인의 패션에 대한 모방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경우는 절대 없다.

한편 시끄럽다는 말을 들을 정도인 이탈리아인들의 유머는 여자들을 절대로 따분하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따지고 보면 허풍쟁이일 수도 있고 좀 모자라 보일 수도 있으나 악의가 없으니 귀엽기만 할 뿐이다. 이들에겐 여성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철저한 신앙 내지는 최소한 자존심으로까지 여겨진다. 초등학생도 유치원생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여자에게 문을 열어주며 인도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부임하자마자 아내가 심한 감기로 잠시동안 병원신세를 진 적이 있는데 의사들의 친절함과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에게 이곳 남자들이 하는 소위 겉치레 에스코트 내지 인사말 등 남자들의 친절함을 보고는 아내가 그동안 자기의 일생이 억울했다며 평소 무뚝뚝했던 나의 과거사에 대해 심한 바가지 세례를 퍼부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이탈리아인이었다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봉기(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밀라노무역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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