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한국축구 실망 이르다

  • 입력 1998년 3월 8일 20시 03분


,한국축구대표팀 공식응원단 ‘붉은 악마’들의 환호는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3월1일, 올들어 처음 한국과 일본 축구대표팀이 맞붙은 요코하마종합경기장에서도, 붉은 악마들이 가두응원을 펼친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도 그들의 함성은 메아리치지 않았다. 한국대표팀은 제4회 다이너스티컵국제축구대회개막전에서 시종 무기력한 졸전끝에 일본대표팀에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축구의 대(對)일본전 패배 충격은 4일 중국, 7일 홍콩과의 대전마저 졸전으로 이어지자 허탈감으로 변했다. 6월 프랑스월드컵에서의 사상 첫 16강 진출 꿈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팽배해지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최약체 홍콩과의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찬스 한번 만들어내지 못한 채 종료 직전 상대편의 자책골로 1대0의 힘겨운 승리를 얻었다.

▼일본의 오카다감독은 홍콩을 5대1로 대파하고도 미드필드진의 플레이를 호되게 질책했다. 그런 홍콩을 상대로 한 우리 대표팀의 졸전은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 한국축구의 망신일 뿐만 아니라 월드컵 16강 도약의 기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축구의 조직력과 게임 메이커, 전술의 기본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이제 프랑스월드컵은 채 1백일도 남지 않았다. 이같은 시점에서 감독 경질설이 나도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치르면서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차범근(車範根)감독을 다시 한번 믿어보자. 그가 신예들을 대거 합류시켜 팀의 재정비에 나섰고 새로운 전술도 개발중에 있는만큼 실망은 아직 이르다. 역대 월드컵사를 돌아보아도 졸전을 딛고 일어서 돌풍을 일으킨 팀은 수없이 많았다.

김용정<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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