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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5일 0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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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마음에 고속버스에 올라 타고서도 피곤한 줄 모르고 웃고 떠들다가 4시간여만인 새벽 6시께 추암에 도착했다.
모두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와아,겨울바다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바다 한가운데 촛대모양으로 우뚝 서있는 촛대바위, 그리고 춤 추는 흰 파도가 마치 손뼉치듯 바위에 부딪치는 모습은 정말 황홀했다. 어렴풋이 밝아오는 새벽바다를 배경삼아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해뜨는 시간.
떨리는 가슴을 애써 가라앉히며 해뜨는 장면을 배경으로 멋있게 사진을 찍기위해 서있는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해뜨는 시각이 훨씬 지났는데 해는 커녕 해 그림자도 보이질 않으니. 이럴수가.……흑흑흑.
그날 나는 비록 해돋이는 보지 못했지만 겨울바다의 황홀한 빛깔에 푹 빠지고 말았다. 새벽, 아침, 한낮에 보는 바다가 시시각각 조금씩 다른 빛깔로 다가오는 모습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아쉬움을 묻어두고 최근에 발견된 천곡동굴에 들렀다. 선경이 따로 없었다. 어둡고 무서운 곳으로만 알고 있었던 동굴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모두들 기기묘묘한 종유석에 넋을 잃었다.
점심은 월정사 입구 초원식당. 맛있는 반찬에 밥한공기 뚝딱 해치웠다. 꿀맛이 따로 없었다. 그날 여행을 통해 나는 비로소 ‘여행의 참맛’을 알 수 있었다. 여행이란 단순히 돈을 쓰러 다니는 ‘소비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대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는 귀중한 ‘투자’라는 것을.
문득 세상살이에 지칠때면 동해 추암의 해돋이를 보러 가고 싶다.
〈양천구청 정책담당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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