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 (655)

  • 입력 1998년 3월 2일 08시 45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23〉

그후로도 오빠는 전과 다름없이 사비하와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함께 놀다가 한 이불 속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빠는 그녀에게 아무런 욕정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빠에게 있어 사비하는 언제까지나 돌보아주어야 할 누이동생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비하는 달랐습니다. 육체가 성숙해짐에 따라 오빠를 향한 애정은 점점 더 뜨거워만 갔습니다. 오빠 앞에 서면 공연히 가슴이 뛰고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오빠와 한 이불 속에서 잘 때 오빠의 발이 자신의 발에 닿기라도 하면 더없이 행복하여 그녀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그녀의 감정을 오빠는 눈치도 채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되자 사비하는 오빠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온갖 아양을 떨기도 하고, 교태를 부리기도 하였습니다. 때로는 장난을 치듯이 왈칵 오빠의 품에 안겨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오빠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젖가슴 위로 가져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빠는 그러한 그녀의 행동을 그저 예사롭게만 여길 뿐 전혀 특별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자 그녀의 욕정은 더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습니다. 그날 밤에도 오빠와 사비하는 함께 놀다가 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습니다만, 그날따라 사비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였습니다. 짜증섞인 동작으로 이불을 확 끌어당기는가 하면, 공연히 한숨을 내쉬며 획 돌아눕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신경질적으로 오빠의 발을 걷어차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빠는 모른 척하고 애써 잠을 청하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마침내 사비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훌렁훌렁 옷을 벗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의 알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그녀는 오빠 곁에 반듯이 누웠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표정과 태도로 보아 무엇인가 단단히 마음의 결심을 한 것 같았습니다.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알몸을 한 채 반듯이 누워 숨을 할딱거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면 어떤 남자라도 도저히 욕정을 억누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빠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너 미쳤니?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그러자 그녀는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제발 날 좀 안아줘! 오빠의 품에 안기고 싶어 미칠 것만 같단 말야. 안아주지 않으면 정말이지 난 미칠 것만 같단 말이야.”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오빠는 몹시 난처한 표정이 되어 엉거주춤 그녀를 안았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좀더 세게! 좀더 세게!”

그래서 오빠는 좀더 세게 그녀를 껴안아주기는 했습니다만, 오빠의 동작에는 전혀 격정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사비하는 미친 듯이 오빠의 품 속으로 파고들며 말했습니다.

“오! 제발! 제발 날 범해줘! 날 오빠의 여자로 만들어줘!”

그러자 오빠는 그녀를 밀어내며 말했습니다.

“그렇게 할 순 없어. 넌 내 누이동생이야.”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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