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콧대높던「바바리」세일…『IMF앞에 장사없다』

  • 입력 1998년 2월 28일 19시 43분


“한치 앞도 못내다보고 귀한 외화를 외국에 쏟아부었습니다. 나라가 이렇게 어려운 게 내탓이구나 싶어 가슴이 저밉니다.”

‘참회의 변’같은 이 문구는 한 수입의류 판매업체의 세일광고 한토막이다.

트렌치코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바바리 수입사인 KW물산은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명동과 논현동 매장에서 ‘떨이세일’에 들어갔다. 국내 상륙 이후 10여년간 노세일(No Sale)로 일관한 바바리로서는 초유의 일. 그것도 40∼50%의 파격적 할인이다.

KW물산 이무웅(李武雄·55)사장은 “첫 시즌이 결국 마지막 시즌이 돼버렸다”고 허탈해 했다.

이사장은 작년 갖은 공을 들인 끝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바바리사와 거래를 트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명품’의 자존심은 IMF라는 복병 앞에 나가떨어졌다. 고가 수입품이란 핸디캡으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만 것. 결국 이사장은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건질 요량으로 ‘재고처분 세일’에 나섰다.

바바리 외에도 요즘 명동의 고급수입의류점에는 세일을 알리는 벽보가 예외없이 나붙어 있다. 베네통 막스마라 베르사체 조지 알마니…. 과거엔 가끔씩 ‘선심쓰듯’ 세일할 만큼 콧대높던 브랜드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20∼30%씩 깎아준대도 통 손님이 붙지 않아 ‘IMF시대의 새옹지마(塞翁之馬)’를 절감하고 있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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