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 ⑩]홍성태/국방정책 투명성이 핵심

  • 입력 1998년 2월 20일 19시 42분


국방분야에서 차기 정부는 우선 국방의 개념부터 확고히 정립해 주었으면 한다. 국방정책은 안보정책의 일부로서 국가의 다른 모든 정책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또 군사력은 국가가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를 달성하기 위하여 발휘하는 외교 경제 그리고 이념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가지고 있는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다. 훌륭한 지도자는 국가가 지닌 이러한 수단을 목표를 위해서 그때 그때 현명하게 배합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군사력을 남용하는 자는 나라의 운명을 위태롭게 하지만 반면에 필요할 때 군사력 사용에 주저하는 자도 결국 나라를 패망케 해 예속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전쟁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다 보면 상대가 전쟁으로 위협할 때마다 양보를 거듭하여 말못하는 젖소처럼 우유를 빼앗기게 마련이다.‘평화를 원하는 자,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은 진리이며 이 점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을 결단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차기 정부가 천명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둘째로 바라는 것은 국방운영에 있어서의 전문성 투명성 그리고 창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 예산의 20%를 차지하는 국방비가 경제적 효율적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국방운영 관계자들의 전문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타 부처 내지 사회 다른 부문의 전문가들도 과감히 영입하여 국방운영의 질(質)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방운영의 투명성은 세금을 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측면이 있다. 또한 이는 정책실명제를 통해 관계자의 책임감을 높이고 근거없는 억측과 불평의 소지를 줄임으로써 국방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창의성의 발휘는 21세기 정보화시대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국방운영도 철저한 자기 혁신을 통해 군의 정예화 합리화 그리고 과학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 국방당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방 관리의 혁명’ 또는 ‘군사 업무의 혁명’과 같은 개혁 프로그램이 우리의 국방운영에서도 이루어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셋째로 어떠한 국내외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군은 항상 안정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군의 존재 의의와 군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는 논의와 발언은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명분을 상실한, 그리하여 무엇을 위해서 왜 자기 몸을 바쳐야 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군대는 아무리 좋은 장비와 무기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이미 생명력을 상실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 정부 초기에 정부의 대북 정책과 군인사 처리 등에서 일시적이나마 그리고 부분적으로나마 군인이 자기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지 않았던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 적이 있다. 새 정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군의 안정과 관련하여 또한가지 각별히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엄정한 군 통수권의 확립이다. 군은 통수권자를 정점으로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춘 조직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다른 무엇보다도 군 통수권자라는 입장에서 군의 사기와 단결, 전투력과 전문성을 최고도로 발양토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사고하고 결심해야 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공정한 인사다. 인사를 공정하게 해야만 군인이 전방을 바라보기 보다 서울을 의식하는 그릇된 병폐를 고칠 수 있고 나아가 군의 정치적 중립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지게 되는 것은 군 스스로보다도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패 또는 군을 정치도구화하려는 통수권자의 파행적 군 운영에 기인한 바 컸음을 과거의 경험은 가르쳐 준다. 또한 사소한 사건 사고에 지나치게 군 수뇌부를 질책하게 되면 군의 평시 가장 중요한 임무인 교육훈련과 지휘관의 부대 관리가 사고 예방에 급급하게 되는 파행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홍성태<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