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강정훈/金대통령 고향 거제도의 「깊은 침묵」

  • 입력 1998년 2월 18일 21시 10분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쪽빛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마을 언덕빼기의 매화나무는 벌써 꽃망울을 터뜨렸지만 마을 분위기는 왠지 썰렁하기만 했다. 생가 입구의 경찰 초소는 철수 준비로 어수선하고 방문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주민들은 외국에서 급전을 끌어다 써야 할 정도의 경제파탄이 마치 동네사람들의 책임인양 풀죽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김대통령의 퇴임과 관련해 “특별히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장목면 외포출장소 관계자는 “한동안 대통령이 퇴임후 거제로 돌아온다는 소문이 나돌았을때 환영보다는 탐탁지않게 생각하는 주민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50대의 한 주민은 “누구든지 국정을 맡으면 어려움이 많지 않겠느냐”며 “새 대통령은 퇴임후 하의도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고향땅에 내려가야 할텐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김대통령 취임 첫해인 93년에는 생가를 보기 위해 하루 1천5백여명의 관광객이 이 마을을 찾았었다. 94년과 95년에도 ‘생가 방문객’이 하루평균 1천명을 웃돌았으나 96년부터 김대통령의 인기를 반영하듯 외부인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 최근에는 하루 10명도 안된다. 작년 말에는 생가 방문객중 한명이 방명록에 ‘경제 파탄의 주범’이라고 써놓기도 했다. 최연소 최다선 의원 등 화려한 정치경력을 쌓고 마침내 대통령 자리에 올랐을 때는 “우리 마을에서 큰 인물이 났다”며 자부심에 들떴던 대계마을 주민들. 남쪽으로부터 봄소식이 올라오고 있지만 5년동안 고생한 대통령을 초청해 ‘위로’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무엇이 동네사람들의 마음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만들었을까. 〈거제〓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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