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효석/정보화로 국난 돌파하자

  • 입력 1998년 2월 12일 19시 35분


10년전인 88년, 미국 상무부 통상심의관이었던 프레스토위츠는 ‘왜 미국은 일본에 추월당했나’라는 저서에서 미국기업에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많은 미국인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당시 미국은 경쟁력을 잃어 거의 모든 시장을 빼앗겼고 세계의 최대 채무국이 되어 외채규모가 멕시코와 브라질의 외채를 합한 금액보다 컸다. ▼ 정보화는 국가발전의 목표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오늘, 미국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거듭하면서도 인플레 없는 가장 부러운 나라를 만들어냈다. 일본이 미국의 기업과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는 ‘미국 사들이기’에 열을 올렸으나 이제 상황이 역전되어 미국이 ‘일본 사들이기’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우리와의 국제통화기금(IMF) 협상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국난(國難)이라고 표현될 만큼 어려운 경제상황이다. 우리는 어느새 동방에 있는 ‘아침의 나라’에서 ‘황혼의 나라’로 기울고 말았다. 이러한 위기극복의 돌파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각 경제주체들의 뼈를 깎는 자성과 노력이 따라야 하겠지만 정보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먼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보화 계획이 국가발전의 최종목표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수수께끼와 같은 경제호황이 정보화에 대한 미국의 노력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즉 미국은 경기침체기에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지속적으로 늘려 오늘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경제불황기에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감으로써 오늘날 경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입안자나 기업의 경영자 가운데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보지 않고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업에서도 형편이 어려워지면 우선적으로 줄이는 대상의 하나가 정보화에 대한 투자라고 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다. 먼저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 중 상당부분은 잘못됐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정보화에 대한 투자 중 약1조달러가 낭비였다는 보고가 있다. 이 금액은 3달러 중 1달러가 잘못 투자됐다는 얘기다. 다음으로는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가 단순히 기존업무를 전산화하는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사실은 미국은 정보화에 대한 투자와 동시에 대대적인 리엔지니어링을 추진, 정보기술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뜯어고쳤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경쟁력을 회복하자면 단순히 사람을 줄이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안된다. 우리 기업이 사람을 줄여 인건비만 낮추면 세계 일류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까. 완전개방된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자면 일하는 방식도 세계 일류수준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몇년 동안 리엔지니어링에 관심을 갖고 추진한 기업도 있었으나 업무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이제 IMF의 손에 맡겨진 우리 기업은 리스트럭처링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고 수익성 위주의 경영, 지배구조의 개선, 노동의 유연화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과감히 바꾸지 못했던 내부 경영의 혁신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가 기대하는 IMF로부터의 독립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내부 경영혁신의 중심에는 정보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산업화시대에서 요구되던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식과 정보가 기반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만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김효석(중앙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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