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과 호텔운영에서 대외무역까지.’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기본 역할은 국토방위다. 그러나 각종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국 하원은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방문 직후인 지난해 11월7일 ‘PLA 소속 기업의 미국내 영업활동’을 금지하는 이색적인 법안을 통과시켜 눈길을 끌었다. PLA 소속 기업들이 ‘병사의 노동력’을 이용해 물건을 생산, 군전력증강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입법취지였다.중국군의 영업활동은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이 본연의 임무와 관련없는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 때문에 관심이 돼 왔다.
▼기업의 규모〓각급 군부대의 산하조직으로 공식화돼 있는 기업도 있으나 전체 규모나 사업영역의 상당부분은 베일에 가려 있다. 중국군 각급 부대가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수는 줄잡아 1만여개에 이른다.
이중 5백∼1천여개 기업이 PLA 전체 수익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1백여개의 계열기업을 거느린 재벌에 가까운 대규모 기업집단도 30여개나 등장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얀마나 파키스탄에 무기를 판매하는 바오리(保利)그룹. 전국가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사위 허핑(賀平)이 운영하고 있으며 국방부 산하 총참모부가 소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난립하는 군소유 기업들을 통제하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 기업집단을 육성, 계열화하고 수익금 납부와 세금징수체계도 갖추고 있다.
▼사업영역〓육해공 각 군은 군 수송시설 일부를 상업용으로 전환했다. 국내 일부 항공노선에 취항하고 있으며 연안여객노선을 갖고 있다. 중국내 승용차와 트럭의 20%는 군이 소유하고 있는 70개 공장에서 생산되며 선양(瀋陽)지방군구가 소유한 ‘랴오닝숭랴오 자동차회사’는 95년 상하이 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총후본부 소유의 산지우그룹은 중국내 최대 제약회사인데 군소유 제약회사는 전통약재 생산기업을 포함해 4백개에 가깝다.
바오리그룹은 무기생산 수출 뿐 아니라 상하이(上海)증권거래소 건물과 베이징(北京)내 고급 빌라건설 등 건축업에도 진출했다. 군복을 생산하던 군속 의류업체들도 생산시설을 개조해 운동화에서 고급 디자이너 의류 등을 생산하는 등 군이 10대 의류업체 중 4개를 소유하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내 광통신 케이블 설치의 대부분은 군소유 기업이 맡고 있다.
군소유 기업은 일반 기업과 똑같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미국 러시아 등과 대외무역도 하고 있다.
군소유 기업들이 식량 장남감 옷감 등을 내다파는 등 무역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한해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홍콩증시에 상장,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영업활동 허용배경과 전망〓PLA의 영업활동은 빨치산 시절 자급자족으로 부대를 운영하던 전통에서 비롯됐으며 군부대에 대한 예산이 대폭 삭감된 8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허용되기 시작됐다.
군부대는 기업운영을 통한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자금을 조달, 예산 부족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부대의 생활개선비용에 충당하고 있으며 군인 가족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군소유 기업 중 상당수는 수익성이 낮은 중소규모여서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중국경제의 고도성장 속에서 커온 일부 기업들은 거대한 재벌로 성장해 앞으로도 중국경제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리〓구자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