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28)

  • 입력 1998년 2월 2일 07시 41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96〉 이튿날 새벽 잠에서 깨어났을 때 저는 왕자님께 말했습니다. “오, 내 사랑, 당신은 알고 계세요? 당신은 저의 목숨과 영혼을 사로잡으셨답니다. 당신을 만나 저는 비로소 인생의 소중한 보람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그러자 그분은 더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소. 당신을 만나기 전에 나는 납으로 된 긴 옷을 걸친 채 어둠 속에서 살았던 것만 같소. 당신을 만나 비로소 삶의 기쁨을 맛보았소.” 그분의 이 말씀이 얼마나 듣기 좋았던지 저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다정한 당신의 말씀! 저는 평생토록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여보, 당신은 이 저주받은 도시를 떠나 저와 함께 바그다드로 가는 게 어때요? 바그다드에 가면 당신은 법학자나 율령에 밝은 신학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신은 지혜와 분별을 닦고, 더 깊이 신학을 연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 앞에 있는 이 여자로 말할 것 같으면 한 집의 주인으로서 부하나 내시를 비롯하여 많은 숫자의 하인과 종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만, 당신에게는 시녀가 되어 평생을 두고 당신을 받들고 섬기겠어요.” 그밖에도 저는 여러 가지 말로 그분을 설득했습니다. 제 말을 듣고 난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고 있다가 마침내 승낙했습니다. 저는 그분의 목에 매달려 기쁨의 탄성을 질렀습니다. 날이 밝자 우리는 침상에서 일어나 보물창고로 갔습니다. 거기서 우리 두 사람은 가볍고 값비싼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궁전을 떠나 부두로 나갔습니다. 저를 기다리고 있던 선장과 두 언니, 그리고 노예들은 저를 보자 기뻐하였습니다. “간밤엔 대체 어딜 갔었어? 네 일이 걱정이 돼 뜬눈으로 밤을 새웠어.” 두 언니들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 제가 갔던 궁전이며, 거기서 만난 왕자의 신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온 왕자님을 사람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두 언니들은 제가 너무나도 멋진 젊은 애인과 함께 온 걸 보자 질투심으로 눈이 뒤집혔습니다. 그래서 언니들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습니다. “네가 밤새도록 바람을 피우고 돌아다니는 건 모르고 우리는 공연한 걱정을 했구나.” 순풍이 불기를 기다려 선장은 돛을 올렸습니다. 배는 미끄러지듯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배 안에는 온갖 귀중한 보물들을 가득 실었으므로 저는 더없이 기뻤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저를 기쁘게 했던 것은 그 아름다운 왕자님을 얻은 것이었습니다. 순조로운 항해가 계속되는 동안 저는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왕자님과 저는 같은 선실을 쓰게 되었는데, 밤이면 밤마다 우리는 달콤한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하늘에는 총총히 별이 빛나고, 우리의 침실에는 사랑이 가득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햇살 고운 낮이면 나란히 갑판 위에 앉아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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