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IMF적응』 거품뺀 세밑풍경

  • 입력 1997년 12월 29일 09시 15분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연말 풍속도를 바꿔 놓고 있다. 이런저런 송년회가 줄어든 것은 물론 카드 연하장이나 선물 주고받기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D대학의 이현준교수(43)는 받아보는 카드나 연하장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데다 최근 H출판사에서 보내온 연하장을 보고 IMF한파를 실감했다. 연하장을 펼치니 직원들 모두가 각자의 필체로 이런 저런 사연을 옹기종기 적어 놓았던 것. 작년 연말만해도 그 출판사 직원들로부터 예닐곱통의 연하장을 받았는데 올해는 한통으로 인사가 끝난 것이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최근 전국의 성인 남녀 9백34명을 대상으로 연말연시 선물계획을 조사해 지난해의 같은 조사와 비교했다. 지난해에는 「선물을 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55%였지만 올해는 37%로 줄었다. 또 선물비용을 10만원이하로 예상한다는 응답은 지난해의 경우 5%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55%로 급증했다. 이런 변화는 백화점 등 유통업체 매출수치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그레이스 경방필 갤러리아 등 서울의 일부 백화점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선물세트를 만들지 않았다. 롯데 현대 등 선물세트를 마련한 백화점들도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유통은 아예 명절이나 연말 등의 특수를 위해 가동하던 선물배달본부를 폐지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개인간에 선물을 주고 받는 일이 줄었을 뿐 아니라 기업체에서 사원들에게 선물을 주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인사치레」로 거래처에 보내던 선물도 옛날 얘기가 돼가고 있다. 지난해 추석부터 해태유통에서 명절때 선물 안받기 운동을 벌여와 화제가 됐었는데 이제 웬만한 회사는 보낼 수조차 없는 처지가 됐다는 것. 서울 A백화점 관계자는 『기업의 사활이 걸려있는 현 난국에서 그런 인사치레는 고려할 겨를도 없다』고 말했다. 컴퓨터 통신을 이용하는 젊은 층은 전자우편으로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을 보내기도 한다. 예년과 달리 전자우편으로 친구들에게 카드를 보낸 H대학의 연구조교 서지희씨(27·경기 평촌)는 『카드비용과 우편요금도 아낄 수 있고 보내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업체의 매출도 격감했다.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카드매장의 경우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해 12월20∼23일 1일 매출은 3백만∼5백만원선. 올해 같은 기간에는 고작 1일 40만∼8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K그룹 유통사업팀 김현숙씨(26)는 1년 동안 팀원의 월급에서 1%씩 떼어 모아온 돈으로 연말이면 개개인에게 선물을 주던 전통이 사라질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이웃돕기에 일부는 쓰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나눠 갖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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