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남 땅끝마을,백두대간 멈춰선 국토의 끝

  • 입력 1997년 12월 26일 08시 12분


한반도의 끝자락인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땅끝(土末). 백두산 천지(天地)에서 치달려온 백두대간이 바다를 만나 숨찬 호흡을 멈추면서 정점(頂點)을 이룬 곳. 더이상 발디딜 곳을 찾을 수 없는, 그래서 더욱 만감이 교차하는 이곳에는 국토에 대한 애정이 짙게 담겨 있다. 북위 34도17분38초인 땅끝이 국토순례의 출발점 혹은 종착지로 새롭게 조명받게 된 것은 86년. 땅끝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높이 10m의 탑을 세우고 노령산맥의 줄기가 내뻗은 마지막 봉우리인 사자봉(해발 122m)정상의 봉화대를 복원하면서부터였다. 봉화대 위쪽 사자봉 바로 옆에 세워진 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완도군 노화도와 보길도가, 맑은날에는 보길도 서편 먼 수평선 끝에 한라산 봉우리가 아른거린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진도를 비롯, 어룡도 백일도 흑일도 조도 거차도 등 크고 작은 섬 20여개가 눈에 꽉 찬다. 전망대를 내려오면 국토의 존엄함과 한점 땅끝의 의미를 절절히 새긴 토말비가 눈에 띈다. 『태초에 땅이 생성되었고/인류가 발생하였으니/한겨레를 이루어/국토를 그은 다음/국토를 세웠으니/맨 위가 백두산이며/맨 아래가 사자봉이라…』 전망대 아래쪽으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토말탑이 파도와 갯바람을 벗하며 홀로 서 있다. 땅끝은 낙조와 일출을 함께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기도 하다. 뉘엿뉘엿 기우는 해가 푸르디 푸른 남해바다를 살포시 감싸안으면 바다는 눈이 시릴 정도로 눈부시다. 새벽녘 바다에서 붉은 기운을 내밀고 올라오는 일출은 동해의 그것보다는 못하지만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해남군은 작년에 이어 31일과 내년 1월1일 갈두리에서 「땅끝 해맞이대제」를 연다. 지역화합과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농악잔치와 판소리공연, 캠프파이어, 해맞이제례 등 행사가 펼쳐진다. 해남에서 승용차로 한시간 가량 달리면 땅끝이 나온다. 땅끝 인근에 두곳의 모텔이 있으며 민박도 30여가구가 있다. 해남군청 0634―34―4101 〈해남〓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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