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프로골퍼 중 가장 긴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남자 프로일까. 아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프로 에밀리 클라인(23·미국)이다.그가 사용하는 「캘러웨이 BBB」의 샤프트길이는 무려 50인치(1백27㎝). 대부분의 여자프로들이 사용하는 드라이버보다 5,6인치나 길다.
그런데 클라인의 키는 불과 1m62.
그의 드라이버샷 장면은 골프채라기 보다는 마치 장대를 휘두르는 것과 흡사하다.
캘러웨이사의 기술자들은 「50인치 드라이버로는 정상적인 스윙을 할 수 없다」며 계약프로인 클라인의 특별주문제작 요청을 농담으로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클라인은 거의 자신의 턱까지 차는 이 「비밀병기」로 지난해 공식대회에서 최고 2백84야드의 비거리를 기록, 전문가들의 「불가론」을 날려버렸다.
반면 「나도 한번 써보자」며 한때 50인치 드라이버를 잡았던 캐리 웹(호주)은 「효험」을 보지못하고 다시 45인치로 복귀해 대조.
아홉살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클라인은 승마와 발레 피아노를 그만두고 열두살 때 골퍼를 「평생직업」으로 결정했다.
94 미국대학체육협회(NCAA)챔피언십 우승자인 그가 화려한 아마생활을 청산하고 미국LPGA투어에 공식데뷔한 것은 95년 골프명문 애리조나주립대를 중퇴한 직후.
클라인은 지난해 「프로 2년차 징크스」를 깨고 2승(핑웰치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을 거두며 상금랭킹 9위(40만3천달러)를 차지했다. 드라이버샷 랭킹은 1백24위(2백28.9야드)에 불과했지만 7위(0.797)를 마크한 페어웨이 적중률이 짧은 비거리의 핸디캡을 커버해줬다.
심지어 1백m 미만의 어프로치샷도 곧잘 우드를 사용할 정도로 「우드광」인 클라인의 골프 가방에는 늘 5∼7개의 우드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한쪽 날개」를 잃은 클라인의 올시즌 상금랭킹은 36위(20만8천달러)로 추락했다. 프로데뷔 직후부터 그의 캐디역할을 해준 약혼자 켄 함스가 시니어PGA투어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대회기간중에도 매일 저녁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부모와 전화통화를 하지 못하면 잠을 못이루는 클라인이 세계 톱랭커가 되기 위해선 「홀로서기」에 익숙해져야 할 듯 싶다.
〈안영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