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91)

  • 입력 1997년 12월 22일 08시 25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59〉 바위를 파서 만든 그 좁고 가파른 계단을 발견한 나는 전능하신 알라의 이름을 외며 열심으로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런 다음 그 계단을 따라 바위 절벽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절벽을 오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계단이 워낙 가파른데다가 이끼가 끼어 몹시 미끄러웠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거센 돌풍이 바위 절벽을 안고 휘몰아쳐왔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나는 바람에 날려갈 판이었습니다. 나는 돌부리나 나뭇가지를 움켜잡으며 한발한발 근근이 절벽을 올라갔습니다. 갖가지 위험에도 불구하고 신의 도움으로 마침내 나는 절벽 꼭대기에 도착하였습니다. 그 곳에는 선장이 말했던 것처럼 열 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둥근 지붕의 건물이 서 있었습니다. 그 번쩍거리는 놋쇠 지붕 위에는 놋쇠의 말을 타고 놋쇠로 된 창을 든 기사가 서 있었습니다. 그의 가슴에는 주문이 새겨진 납으로 된 패가 달려 있었습니다만, 놋쇠의 기사는 바다를 굽어보고 있었습니다. 석상처럼 움직일 줄을 몰랐습니다. 그 기괴한 기사를 보자 나는 겁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를 제외하고는 달리 휴식을 취할 만한 장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둥근 지붕의 건물 안으로 들어간 나는 목욕을 한 다음 기도를 올리며, 신께서 내린 가호에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 피로에 지친 몸을 벽에 기댄 채 잠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막 잠에 빠져들려 하는 순간 비몽사몽간에 내 귀에는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지브의 아들아, 듣거라! 잠들지 말고 지금 곧 발 밑을 파보아라. 거기에는 놋쇠 활과 주문이 새겨진 세 개의 납 화살이 나타날 것이다. 그 활로 지붕 위에 서 있는 기사를 쏘아 이 처참한 재앙에서 인류를 구하라. 그대가 화살을 쏘면 기사는 바다에 떨어지고, 그가 타고 있던 말도 그대 발 밑에 쓰러질 것이다. 그러면 그 말을 활이 나온 땅에다 묻어라. 그렇게 하고나면 조수가 차올라 바다는 마침내 산꼭대기까지 올라올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면 놋쇠로 된 사내 하나가 조그마한 배 한 척을 타고 그대에게로 올 것인데, 그 배에 올라타도록 하라. 그러면 놋쇠의 사내는 꼬박 열흘 동안 노를 저어 그대를 평화의 섬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주의할 것은 그 열흘 동안 절대로 전능하신 알라의 이름을 외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비스밀라」라고 말하거나 알라의 이름을 부르게 되면 만사는 끝장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불상사가 없이 무사히 평화의 섬에 당도하게 되면 그대를 고국으로 데려다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알라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한 그대는 모든 일을 성취할 것이다』 비몽사몽간에 들리는 이 목소리에 놀라 나는 눈을 떴습니다. 꿈결에 들은 그 목소리가 어찌나 생생했던지 그때까지도 그 소리는 귀에 쟁쟁거리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눈앞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꿈결에 들은 목소리가 지시한 대로 발 밑을 파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과연 놋쇠로 된 활과 주문이 새겨진 납화살이 묻혀 있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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