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우루과이]김건영/쇠고기 천국

  • 입력 1997년 12월 15일 20시 38분


우루과이의 면적은 남한의 2배 가량이지만 인구는 3백만명에 불과하다. 국토의 78%가 초지다. 가장 높은 산이라 해도 해발 4백95m에 불과해 산이라기보다 언덕에 가깝다. 수도 몬테비데오를 조금만 벗어나도 집도 산도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이 나온다. 신기한 것은 초원의 소들이 조용히 풀만 먹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 중성화된 소다. 슈퍼마켓에 가면 쇠고기 부위를 수십가지로 분류해 놓고 있다. 등심 안심 갈비 정도의 상식으로는 제대로 고기를 살 수 없다. 부위 이름이 슈퍼마켓마다 약간씩 다르고 가격도 천양지차다. 같은 부위라도 가격차가 4배 이상되는 경우도 있다. 고기를 가게 안쪽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썩둑썩둑 잘라서 판다. 우루과이 근해의 포클랜드어장에서 생선이 많이 잡히는데도 생선소비량은 형편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선에 비해 쇠고기값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우루과이 사람들은 냉동육을 먹지 않는다. 신선한 고기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냉동육은 슈퍼마켓에서 팔려고 하지도 않는다. 가끔씩 시장에 나와도 팔리지 않는다. 70년대 우루과이 쇠고기의 미국수출이 중단된 적이 있었다. 압도사라는 병이 인체에 해로울지 모른다는 이유로 냉동육 수천t의 수출이 중단됐다. 우루과이 정부는 수출가의 절반값에 이 냉동육을 국내시장에 팔기로 하고 국민에게 사정을 호소했으나 실패했다. 국민이 냉동육 소비를 사양했기 때문이었다. 이 바람에 그 많은 냉동육이 모두 폐기처분되고 말았다. 우루과이 사람들은 고기에 관한 한 최고의 품질을 추구한다. 우루과이는 올해 일본으로 쇠고기를 처음 수출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시장도 노리고 있다. 한국시장이 개방되면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넓은 초원에서 대규모로 방목하는 우루과이와 비싼 사료를 사다가 키우는 우리 나라는 원초적으로 경쟁이 되지 않는다. 중남미의 싸고 넓은 땅을 사들여 벼를 심고 소를 키운다면 경쟁력이 있을텐데…. 우리 농업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김건영(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몬테비데오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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