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상태를 넘어 붕괴로 치닫고 있는 외환시장. 진정대책은 정말 없는가.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10일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보다 훨씬 강도높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의 고삐를 잡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부가 이날 내놓은 안정대책은 미온적이고 시기도 놓쳐 외환시장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외환딜러들은 『외국인들의 주식투자한도 확대를 앞당긴다 해도 기업부도 위험이 극대화돼 있고 금융시스템이 마비된 한국시장에 얼마나 많은 주식투자자금이 들어올지 알 수 없다』며 비관적으로 보았다.
이들은 『정부가 나서서 단기 달러자금을 공급하는 것만이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유럽계 은행의 외환딜러는 『환율이 치솟는 근본 원인은 달러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해외에서 달러화를 구할 능력이 없어 정부가 나서서 시장에 공급할 달러를 구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도 달러화를 빌리기가 쉽지 않으면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현재 우리의 상황은 멕시코나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나빠 참고로 삼을 만한 전례도 없다』면서 『IMF가 지원하기로 한 자금을 모두 들여와 금융기관들과 외환시장에 공급하는 것만이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말에는 정부나 금융기관들이 해외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의 만기가 집중돼 있고 기업들도 로열티 송금 등을 위한 달러화 수요가 몰려 있어 현재의 외환보유고로는 극한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외환딜러들이 제시하는 해결책도 IMF체제 아래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IMF와의 합의에 따라 정부가 단순히 환율상승을 막으려고 직접 시장에 개입할 수는 없게 됐다』면서 『다른 부문을 안정시켜 외환시장이 안정되도록 간접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달러화 공급이 부족한 주원인은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인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우량 금융기관들마저 부실 금융기관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정부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IMF 등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으로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