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안정 땜질로는 안된다

  • 입력 1997년 12월 8일 20시 04분


자금시장은 숨이 막힐 정도로 급박하다. 국내 굴지의 증권사와 재벌그룹 중견기업이 잇따라 도산하는 등 재계는 또다시 부도공포에 휩싸였다. 금융기관끼리 서로 믿지 못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땅에 떨어져 도무지 돈이 돌지 않는 신용공황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지어 외환지급불능이라는 다급한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 정부는 보다 치밀하고 종합적인 대책으로 금융시스템 안정에 나서야 한다. 지금 정부가 서둘러야 할 일은 금융기관간의 불신 해소다. 서로 못믿고 자금을 움켜쥐는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 금융메커니즘 자체가 무너질 위기다. 예고없이 9개 종금사에 업무중지 조치가 내려지고 나머지 회사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은행들은 종금업계에 대한 콜자금 공급을 중단, 극도의 자금시장 경색을 불렀다. 정부는 8일 종금사와 증권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에는 한국은행 긴급자금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이런 땜질 처방이 언제까지 약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종금사 자금난과 함께 금융경색을 부채질하는 주요인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충족 문제다. 부실채권 범위를 대폭 늘려 계산하는 BIS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은행들은 앞으로 있을 금융구조조정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은행들은 무차별적으로 여신을 회수하고 중단함으로써 자금시장이 얼어붙었다. 금융채권발행이나 증자지원 등을 통해 은행부담을 덜어주어야 자금시장 정상화가 가능하다. 금융불안을 빠른 시일내에 안정시키려면 헝클어진 정부의 금융정책시스템부터 정상가동시켜야한다.종금사가 비틀대면 종금사대책, 대기업이 부도나면 대기업 부도대책 식의 땜질 처방만 할 때가 아니다. 제1,2,3금융권과 기업구조조정이 맞물려 급박하게 돌아가는 금융시스템의 어디에 애로가 있는지를 먼저 진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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