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42〉
재봉사는 내가 들어서는 걸 보고 몹시 반가워하며 말했습니다.
『어딜 갔다가 이제사 돌아오는 거요? 밤새도록 걱정을 했소. 짐승의 습격을 받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무슨 재난을 당한 줄로만 알았소. 당신을 무사히 돌려보내주신 알라를 칭송합시다』
나는 그의 따뜻한 인정에 감사한 뒤, 잠자리로 쓰고 있는 가게 한쪽 구석으로 가 앉았습니다. 그렇게 혼자 앉아 있으니 두고온 여자가 가여워 절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공연히 허세를 부려그착한여자로하여금그토록모진 고문을 당하게 만든 것을 생각하면서 후회와 자책감으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마음의 고통을 견딜 수가 없어서 나는 끝내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괴로워 하고 있을 때 주인이 들어오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보, 젊은이! 가게 앞에 웬 페르시아인 노인 한 사람이 와 있소.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 말이오. 그런데 노인은, 사원에 아침 종이 울릴 무렵 산책을 나갔다가 주웠다고 하면서 당신의 신발과 도끼를 가지고 왔더군. 노인은 그 물건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몰라 나무꾼들한테 물어봤대. 다행히 나무꾼들은 그게 당신 거라는 걸 알아보고, 당신의 이름과 사는 데를 가르쳐 주더래. 그 길로 노인은 그걸 가지고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거야. 그 친절한 노인이 가게 앞에 앉아 있으니 나가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도끼와 신발을 찾아오도록 해』
이 말을 들은 나는 공포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던 것은 물론, 쇠붙이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도망갈 수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페르시아인 노인 한 사람이 나의 신발과 도끼를 손에 든 채 성큼성큼 가게 안으로 들어섰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노인이야말로 마신이 둔갑을 한 것이었습니다.
마신이 나를 찾아오게 된 데는 이런 경위가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 사건으로 인하여 마신은 여자에게 온갖 고문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자는 끝끝내 고백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되자 마신은 더욱 약이 올랐고, 그래서 끝내는 도끼와 신발을 집어들고 이렇게 소리쳤던 것입니다.
『내가 누군줄 아느냐? 나는 이브리스의 후예 지르지스다. 이 물건의 임자, 즉 네년과 붙어먹은 놈을 내 곧 잡아올 것이다』
이렇게 말한 마신은 페르시아인 노인으로 둔갑을 한 뒤 나무꾼들을 찾아갔던 것입니다. 신발과 도끼의 임자가 누구이며 어디에 사는가 하는 것을 물어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내막을 알리 없는 나무꾼들은 모든 것을 곧이곧대로 말해주었고, 모든 것을 알아낸 마신은 그 길로 곧 내가 살고 있는 재봉사의 가게로 찾아 왔던 것입니다.
『네놈이 이 도끼와 신발의 임자렷다?』
마신은 내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겁에 질려 입도 뗄 수 없었습니다. 그걸 보자 마신은 독수리가 병아리를 움켜잡듯이 덥석 나를 움켜잡고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그 순간 나는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느새 내가 더없이 행복한 하룻밤을 보낸 바 있는 바로 그 지하실에 던져져 있었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