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김유택-허재 『명성 잊고 백의종군』

  • 입력 1997년 12월 3일 19시 48분


김유택(34.1m97)과 허재(32.1m88·이상 기아엔터프라이즈). 농구팬치고 이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중앙대 아성의 주인공, 아마추어 시절 기아 전성기의 핵심멤버. 김유택은 91년과 95년 농구대잔치 MVP이며 허재는 93년과 94년대회 MVP. 지난 10년간의 한국남자농구는 이들을 빼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김유택과 허재의 자리는 컸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 이들은 지금 벤치워머 신세다. 김유택은 용병들에게 주전센터 자리를 내주고 후보로 자리를 메우는 것이 고작. 허재도 다를 바 없다. 농구에 관한 한 결코 1등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던 그도 지금은 후배에게 주전자리를 빼앗겼다. 김유택은 팀내 최고참. 실제 나이는 더 많아 체력이 달리는데다 골밑플레이는 역시 용병센터가 한수 위. 시즌전 트레이드를 공개요구하며 팀훈련에 불참, 구단과 불편한 관계였던 허재는 최근 일본에서 허리에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뒤 합류했다. 올시즌 1라운드 9게임을 치르는 동안 김유택이 뛴 경기는 7게임. 경기당 평균 출장시간은 23분, 11득점에 3.5리바운드가 그의 기록이다. 허재는 2일 삼성썬더스전이 3게임째. 3경기를 통틀어 52분을 뛰었고 경기당 7.7점, 4리바운드, 어시스트 3.3개. 전성기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한 성적표다. 그러나 이들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몸이 마른 편인 김유택은 골밑에서 덩치 큰 용병들에게 이리저리 밀리면서도 간간이 골밑슛을 터뜨리고 있다. 허재는 일본에서 귀국한 뒤 『과거를 잊고 단 1분을 뛰더라도 팀을 위해 몸바치겠다』고 선언했다. 모그룹인 기아가 휘청대는 상태여서 이들의 백의종군은 더욱 값지다. 97∼98시즌 개막전에서 이긴 뒤 4연패에 허덕이던 기아가 최근 힘을 되찾은 것도 이들의 투혼에 힘입은 바 크다. 기아의 최인선감독은 『팀내 가장 고참인 김유택과 허재가 열심히 뛴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면서 『원년리그 챔피언의 자존심을 되찾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최화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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