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스페인 거주 손한열씨

  • 입력 1997년 12월 1일 08시 11분


유학을 왔다가 진로를 바꿔 사업을 하며 스페인에 정착한 지 벌써 19년이 지났다. 이곳에서 태어난 딸 재린(16), 아들 준식(15)도 벌써 어른티가 날 정도로 성장했다. 아이들은 마드리드에 있는 영국계 학교에 다니는데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에서 뿌리를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방학 때마다 속초에서 교편생활을 하고 있는 동서에게 보내 그 곳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했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했다. 예를 들어 「한 외국인이 마드리드 공항에 내렸다. 그를 데리고 관광을 시킨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겠는가」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학생들은 방과 후나 주말을 이용, 그룹별로 분야를 나눠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교통편과 식당 등을 답사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곳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우관계도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 인간성을 중시한다. 특히 영국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봉사활동 경력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재린이와 준식이도 유치원생 보살피기, 고아원 방문 등의 봉사활동을 친구들과 함께 자주 하고 있다. 한번은 재린이가 학교에서 자매결연을 한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보낼 선물을 마련키로 했다며 집에서 애지중지하던 인형을 학교에 가져가려고 했다. 선물을 하려면 새 것을 보내야지 쓰던 물건을 보내면 되겠느냐고 했더니 집에서 쓰던 물건을 각자 하나씩 가져다 친구들끼리 경매에 부쳐 얻은 이익금으로 선물을 사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보다는 자기 힘으로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손한열<스페인 마드리드 19년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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