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수(徐奉洙)9단은 또 한번 「기적」을 연출할 것인가.
41기 국수전 도전5번기 1,2국에서 이창호(李昌鎬)국수에게 힘없이 패했던 서9단. 그는 24일 열린 3국에서 활발한 행마와 치밀한 공격력으로 1백32수만에 불계승을 거둬,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서9단은 『오후3시까지가 체력의 한계인데 이9단이 서둘렀던 게 승인(勝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대국을 관전한 프로기사들은 『서9단이 마음을 비워 바둑이 잘 풀렸다』고 분석했다. 평생 처음 다가온 이국수와의 정상대결. 이 때문인지 서9단의 바둑은 그동안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평가다.
반면 이국수는 3연승으로 끝장을 내려는 듯 서두르는 바람에 서9단에게 승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국수는 3국에서 계가(計家)바둑 보다는 전투바둑의 취향을 보이는 등 평소와 다른 자세를 보였다.
12월12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리는 4국은 서9단의 흑번. 「흑번 필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프로기사들의 흑번 승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서9단의 상승세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국수 입장에서도 4국은 부담스럽다. 불과 몇 개월 전 조훈현(曺薰鉉)9단에게 2승후 3연패라는 전무후무한 역전패를 당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 이국수는 지난 9월 조9단과 맞붙은 유공배 명인전에서 2승을 거두었다가 내리 3패를 당해 타이틀을 빼앗겼다. 지난5월에는 2승2패후 마지막 한 판을 지키지 못해 배달왕 타이틀을 잃은 적도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국수가 막판에 약해질 수 있다는 징표다.
바둑계는 이에 따라 서9단이 4국을 승리할 경우 최종 5국의 승부는 상승세를 탄 서9단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이창호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서봉수9단. 그가 「잡초 같은 생명력」으로 「거대한 돌부처」를 함몰시킬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