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67)

  • 입력 1997년 11월 28일 07시 45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35〉 내가 인사를 하자 재봉사도 나에게 답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다소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게 말했습니다. 『대체 당신은 어디서 왔소? 왜 그렇게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는 거요? 게다가 당신은 상처를 입은 것 같군요』 그래서 나는 내가 겪은 이야기를 죄다 들려주었습니다. 내 신세 이야기를 듣고난 재봉사는 대뜸 나를 가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여보, 젊은이, 당신의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도록 하시오. 그 이야기를 했다간 당신은 목숨을 부지하기가 힘들 거요』 『아니, 그건 왜죠? 제 이야기가 뭐 잘못되기라도 했나요?』 『그건 말요, 이 나라의 임금님과 당신 아버님은 서로 숙적이랍니다. 당신이 누구라는 걸 알게 되면 이 나라의 임금님은 당신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오. 이제 알겠소?』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는 아버님의 원수 국가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재봉사는 내 상처를 보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갖다 주었습니다. 밤이 되자 그는 또 가게 한 구석을 치우고 이불과 요를 깔아 내 잠자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나는 사흘 동안 그 집에서 묵으며 지친 몸을 쉬었습니다. 나흘째가 되자 주인은 나에게로 와 물었습니다. 『먹고 살 만한 무슨 장사 같은 건 할 줄 모르시오?』 그래서 나는 대답했습니다. 『장사라고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법전을 배웠고, 코란의 교의에 관해서는 박사입니다. 학예와 교리에도 밝고, 서예가로서는 웬만큼 이름도 나 있습니다만 장사에 대해서는 봉사나 다름없습니다』 내 말을 들은 주인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당신 재주는 이 도시에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아는 것이라고는 돈벌이뿐이랍니다』 이렇게 말하고난 재봉사는 한참 생각을 하다가 말했습니다. 『정히 그렇다면 도끼와 새끼를 줄 테니 그걸 가지고 산에 올라가 나무라도 해오도록 하시오. 그렇게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한 세월을 흘려보내다 보면 알라의 구원이 내릴 때도 오겠지요. 그러나 한가지 명심할 것은 당신의 신분에 대해서는 일절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거요. 그러지 않았다가는 알라의 구원도 없을 테니까 말이오』 이렇게 말한 주인은 도끼 하나와 새끼 한 다발을 나에게 내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무꾼들에게 내 일을 부탁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뜻하지 않게도 나무꾼이 되었습니다. 나는 나무꾼들을 따라 매일같이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나는 하루 종일 나무를 해 저녁 때가 되면 새끼로 묶어 나뭇단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을 이고 내려와 팔면 반 디나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돈의 일부는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모아두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고 고달팠습니다. 고달픈 일도 몸에 배니 그런대로 견딜 만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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