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개혁법안 국회 회기내 처리

  • 입력 1997년 11월 24일 20시 09분


금융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과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등을 떼밀려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면 안타까운 노릇이다. 구제금융 이행조건을 협의하기 위해 내한한 IMF 실무조사단은 가장 급한 것이 금융개혁을 통한 금융시스템의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최근 국회에서 입법을 보류한 금융개혁법안을 조속한 시일내에 절충,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 반드시 처리하기 바란다. 금융개혁은 IMF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급하다. 장기불황과 채산성악화로 대기업 부도가 줄을 이으면서 표출된 거대 부실채권으로 금융산업 전반이 휘청거리고 있다. 금융 외환시장이 혼미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을 서둘러 안정시키지 못하면 기업부도 금융불안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길이 없다. 정부가 제출한 금융개혁법안에 문제점이 없지 않으나 국회가 제대로 심의하지도 않고 무산시킨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각 정당이나 대선후보들이 급변하는 국내외 금융환경에 눈을 돌렸다면 표만 의식하는 정파이기주의에 빠져 개혁법안 처리에 멈칫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권은 우물안 개구리식의 시각을 버려야 한다. 금융산업이 우리보다 건실한 영국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도 이미 강도 높은 금융빅뱅을 추진하고 있지 않는가. 지난주말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대선후보, 정당대표들의 회동에서 개혁법안을 연내에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음에도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유감이다. 경제가 위기상황이고 금융개혁이 절박한 데도 관련 법안의 절충에 한치의 양보도 없이 줄다리기를 계속하는 모습을 더는 보여선 안된다. 13개 금융개혁법안 중 쟁점은 한국은행 중립성 보장과 감독기구 통합문제 두가지다. 사실 이 두 법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그리고 금융감독기구간의 조직이기주의가 첨예하게 맞서는 데 연유한다. 13개 법안을 일괄처리하든지 2개 쟁점법안을 미루고 11개 법안을 우선 처리하든지 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통합감독기구 관장은 당초 정부안대로 총리실로 하는 게 옳다고 본다. 만약 일괄타결이 불가능하다면 감독기구 통합은 차기정권의 정부조직개편과 함께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대상이다. 법안이 완전무결할 수 없는 이상 최선을 찾기 어려우면 차선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해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아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감독기능을 포함한 권한확대에 연연해서는 안되고 한은 또한 기득권 챙기기에 매달려선 큰일을 그르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IMF에 경제주권을 넘겨주다시피 한 책임은 무엇보다 정쟁(政爭)만 일삼는 정치권과 재경원 한은에 있음을 국민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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