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로마 중학교의 정원 가꾸기

  • 입력 1997년 11월 24일 07시 40분


로마의 주세페 마치니 중학교는 2년전 교내에 정원을 만들었다. 학교에 운동장이 따로 없어 체육수업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시하는 등 학생들이 늘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속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이 학교 리아 디 렌조교장(55·여)의 아이디어였다. 학교측은 교무회의를 통해 건물사이 30평 규모의 공간을 활용키로 결정했다. 여기에 아프리카선인장 민들레 베고니아 이집트대나무 등 각 나라에서 가져온 40여종의 식물을 심었다. 이 학교에는 74개국 학생들이 다니고 있어 조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함께 길러주자는 생각에서였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학생들의 손에 맡겼다. 교장은 급우들간의 단결력을 키우기 위해 일주일에 한 학급씩 당번을 정해 번갈아가며 물을 주고 잡초를 솎아내도록 했다. 교장은 『처음에는 학생들이 식물 돌보는 일을 귀찮아 했다』고 말했다. 정원가꾸기 시간에 공놀이를 하다가 나무를 훼손하는 남학생들도 있었다는 것. 그러나 봄이 된 뒤 자신들이 기르던 식물에서 꽃이 피어나자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학교 2학년 누리아(12)는 『지난 봄 내가 맡은 민들레가 예쁘게 노란 꽃을 피워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다』며 『이제는 틈만 나면 정원에 나가 민들레를 돌본다』고 말했다. 정원에 마음을 붙이자 학생들은 점심시간이면 정원에 나가 독서를 하고 꽃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등 학교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이 학교 생물교사 줄리아(41)는 『정원이 생긴 뒤 학생들이 훨씬 차분해졌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식물을 가꾸며 자연에 대한 애정과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마〓홍성철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