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포르투갈거주 최달식씨

  • 입력 1997년 11월 24일 07시 40분


낯선 이국땅에서 생활에 쫓기느라 아이들에게 크게 신경을 써주지 못했는데도 반듯하게 자라준 두 아들이 아주 고맙고 대견스럽다. 첫째인 경일이(22)는 현재 명문인 국립 리스본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하고 있고 올해 같은 대학에 들어간 둘째 우일이(19)는 경영학을 전공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이곳 교육풍토를 잘 몰라 실수도 많았다. 한 번은 학기초 학교를 방문했다가 평소 잘 찾아뵙지도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려 식사나 하시라고 약간의 돈을 봉투에 넣어 드렸다. 선생님이 펄쩍 뛰며 거절하는 바람에 얼마나 민망했던지. 포르투갈은 사람들이 친절할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이 빼어나다. 농업국이라 그런지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은 별로 없지만 마을마다 공원이 따로 설치돼 있는 등 이들의 환경의식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사립학교에서는 「테주강 하구에 나가 자연환경을 주제로 카메라에 담아 오라」는 식의 숙제를 자주 내주었다. 스스로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라는 의도인 것 같았다.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은 결혼문제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둘째 우일이는 벌써 포르투갈인 여자친구가 있는 눈치다. 부모의 마음이야 이왕이면 한국인 며느리를 맞고 싶은 것 아닌가. 지난해 서울에서 치러진 한민족축전에 경일이를 보낸 것도 내심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귀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한국에서 보름가량 체류하고 돌아온 경일이에게 느낌이 어떠했느냐고 물었다. 『나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편안한 느낌이 들었어요. 여자아이들도 예쁘던데요. 그런데 아빠, 서울은 거리가 너무 삭막해요. 빌딩만 있고…』 서울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태에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도시라 리스본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줬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최달식 (포르투갈 19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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