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서울의 대기오염]시민건강 위협하는 『잿빛하늘』

  • 입력 1997년 11월 24일 07시 36분


눈부신 가을하늘을 서울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자랑스러워했던 일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각종 오염물질이 두꺼운 층을 이뤄 파란색은 희뿌연색으로 대체돼버렸다. 서울의 대기오염 정도가 예사롭지 않다. 통계만 보더라도 올 여름 모두 19차례나 오존주의보가 발령됐고 시정장애 일수도 사흘에 하루 꼴이었다. 런던형 스모그가 아니라 「서울형 스모그」라는 새로운 조어도 생겨났다. 환경부는 최근 서울에서 평생 살 경우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나오는 각종 발암물질로 10만명당 최대 1천4백명이 공해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 시민들의 삶을 짓누르는 가장 심각한 요소로 대기오염 문제가 떠오른지는 이미 오래됐다. 대기오염원의 80%이상은 자동차 배출가스. 이 가운데 버스 트럭 등 20%밖에 안되는 경유차량이 내뿜는 오염물질이 그 절반을 차지한다. 자동차 오염물질 중 질소산화물과 오존오염도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오염물질이 계속적인 차량증가로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0월말 현재 서울의 자동차등록대수는 2백24만여대. 2000년이면 3백40만대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오염물질도 연 34만여t에서 62만여t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기관의 추정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이제 대기오염을 경제논리로만 풀거나 예산타령만 할 단계는 지났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제작단계부터 운행중 검사 단속 등 각 단계마다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먼저 차량제작 때 배출기준을 강화하고 운행단계에서는 리콜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 또 자동차안전위주로만 돼 있는 검사제도를 선진국처럼 배출가스 위주로 바꾸고 건설교통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야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업계의 로비와 부처이기주의 등으로 그동안 실시가 어려웠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지 않는 한 문제를 풀기는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 환경기획관 양대웅씨는 『자동차 정비검사 권한이 서울시로 이양되면 질소산화물 검사를 추가하고 수시검사를 강화해 오염원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환경기술연구소 윤명조소장은 『대기오염은 교통시스템을 지하철이나 무공해 차량으로 바꾸는 노력과 함께 정부나 기업 시민 모두가 관심을 쏟아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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