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30〉
긴 한숨을 내쉬고난 백부님은 잠시후 계속했습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내가 이런 자식을 두었던지 나도 모르겠다. 실은 이놈은 어릴 때부터 제 누이 동생을 여자로서 좋아하고 있었단다. 처음에는 그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했지. 그러나 그게 철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어. 나이가 들면서 이놈이 제 누이 동생을 대하는 것이 점점 더 예사롭지가 않았어. 그렇게 되니 나는 사람을 시켜 이놈을 감시하게 했지. 그렇게 되자 이놈은 감시의 눈길을 피해 더욱 은밀하게 제 누이 동생을 만나곤 했지. 급기야 나는 둘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갖은 방법을 다 쓰기 시작했지. 그러나 소용이 없었어. 흡사 마귀에게 홀린 것 같이 제 누이 동생을 좋아하더니 끝내는 죄를 범하고 말았어』
백부님의 이 너무나도 놀라운 이야기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듣고 있었습니다. 백부님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나는 저놈을 감금하고 꾸짖고 호되게 매질을 하기도 했지. 그런데도 저놈은 반성하는 기미라고는 보이지 않았어. 그렇게 되자 나이 든 내시나 종들까지 나서서 저놈에게 충고했어. 「왕자님은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인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왕자님께서 과거에도 미래에도, 아무도 못할 수치스런 짓을 하지는 마십시오. 당대 임금님들 사이에, 그리고 후대에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가 될 수치를 남기는 일은 없으시도록 부디 조심하십시오」하고 말이다. 나 또한 그놈에게 이렇게 타이르기도 했지. 「이런 소문은 대상들의 입을 통하여 멀리 타국에까지 퍼진다. 소문의 씨를 뿌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내가 너를 저주하여 죽이고 말 것이다」하고 말이다』
나는 백부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가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백부님은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나는 두 남매를 따로 살게 하고, 동생은 아예 감금해버렸단다. 그러나 그 저주받을 딸년은 오라비를 연모하여 미쳐가고 있었어. 악마에게 홀린 남매의 눈에는 인륜에 어긋나는 짓도 옳게 비쳤던 것이란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둘 중 하나가 죽어버리기를 바랐지』
여기까지 말하고난 백부님은 더이상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지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흐느껴 울었습니다. 오랜 뒤에야 백부님은 계속했습니다.
『내가 그들 둘을 갈라놓자 아들놈은 여기다 몰래 이 지하실을 파고 가구며 식량까지 갖다놓았던 거야. 그리고 내가 사냥나간 틈을 타 누이동생과 함께 들어와 살았던 거야. 그리고 언제나 공정하신 신의 천벌을 받아 불길에 타 죽은 거야. 최후의 심판은 이 연놈들에게 더욱 괴롭고 긴 고통이 될 거야!』
듣고 있던 나 또한 견딜 수 없는 슬픔으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내가 그렇게 울었던 것은 그 두 남매, 아니 그 두 연인이 너무나 가엾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렇게 흐느껴 울고 있으려니까 백부님은 내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했습니다.
『조카야! 너는 이제 아들로 부터 배반당한 이 가엾은 아비를 위하여 아들이 되어주어야 한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