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나미는 재주꾼이다. 글솜씨도 있고 그림도 곧잘 그린다. 지난해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예술상 우등상 모범상 운동상 등 네가지 큰 상을 모두 휩쓸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나미가 어릴 적에 동양 아이라고 따돌림당하는 것을 보고 『네가 이 아이들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면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얘기해 줬더니 어린 마음에도 뭐든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보다.
10월에는 학교에서 모의 총선거가 있었는데 후보자의 홍보담당을 맡았다며 바쁘게 지내는 것을 보았다. 포스터와 팜플렛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 만들고 후보자 연설이 있을 때는연단 주위를 풍선으로 장식해 돋보이게 하는 등 글과 미술솜씨를 발휘했다.
선거가 패배로 끝나자 「공약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거부감을 주었다」 「집권당의 프리미엄이 없었기 때문이다」 「후보자가 너무 굳은 표정으로 연설을 했다」는 등 패인(敗因)까지 분석하는 것을 보고는 정말 놀랐다.
이곳 밴쿠버가 한국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는 『밴쿠버에서는 학교에서 배운대로 살면 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정치도 그런 것 같다. 이곳에서는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정당의 인기가 좌우되지 않는다. 사익(私益)을 챙기기 위해 당을 이리저리옮겨 다니다가는정치생명은끝이다.
교과서대로 움직이는 현실정치가 아이들의 정치교육에는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교과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