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22〉
밧줄에 묶인 교주는 쟈아파르에게 속삭였다.
『오,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잘못하다간 목숨을 잃게 생겼으니 우리 신분을 털어놓는 게 옳지 않을까? 자, 무서운 변을 당하기 전에 솔직히 말해 주도록 하라』
그러자 쟈아파르는 냉담하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인과응보입니다』
이 말을 들은 교주는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농담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는 법이야. 이런 판국에 자네는 농담이나 할 생각인가?』
교주와 쟈아파르가 이렇게 수군거리고 있을 때 여주인은 탁발승들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당신들 세 사람은 형제간인가요?』
그러자 세 사람 중 하나가 대답했다.
『알라께 맹세코, 주인님, 우리는 각기 태어난 곳도 다르고 우리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도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 세 사람은 모두 영주의 아들이거나 수도를 다스리는 군주의 아들, 즉 왕자들입니다』
듣고 있던 여주인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물었다.
『당신들은 날 때부터 애꾸눈이었나요?』
그러자 첫번째 탁발승이 대답했다.
『천만에요. 이상한 일로 화를 입어 눈이 뽑히게 되었을 뿐이랍니다. 정말이지 저의 신세 이야기를 들어두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좋은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여주인은 다른 두 탁발승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다른 두 명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러자 여주인은 일곱 사람의 포로들을 향하여 말했다.
『좋아요.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여러분들은 차례로 자신의 신세 이야기며, 내 집까지 찾아오게 된 경위를 이야기해 보도록 하세요. 들어보고 만약 그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판단되면 돌려보내드리지요』
여주인의 이 말에 제일 먼저 나선 것은 짐꾼이었다.
『주인님, 저는 한낱 짐꾼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 오후 주인님의 동생 한분의 부탁으로 짐을 날라왔을 뿐입니다. 주인님의 동생은 저를 데리고 술집으로, 푸줏간으로, 과일가게로, 건과파는 가게로, 두루 시장을 본 뒤 마지막으로 이집으로 와 저는 뜻밖의 변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이지 저 애꾸눈이 탁발승들이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생애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놈들이 들이닥치고부터 저의 행복은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저의 신세 이야깁니다』
짐꾼이 이렇게 말하자 여주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은 용서해줄테니 냉큼 돌아가요!』
그러나 짐꾼은 말했다.
『알라께 맹세코, 다른 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절대로 여길 떠날 수 없습니다』
『그건 당신 좋을대로 하구려. 자, 그럼 다음 사람』
여주인이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애꾸눈이 탁발승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자신의 슬픈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으니, 독자 여러분들이여, 나는 그가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들어보시라.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