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53)

  • 입력 1997년 11월 13일 07시 52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21〉 쟈아파르를 제외한 다섯 사람이 하는 대답을 듣자 여주인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배신자들! 알라께 맹세코 당신네들은 배신을 했어요. 당신들이 오셨을 때 우리는 약속을 했어요.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 참견하면 좋지 못한 말을 듣게 된다고요. 당신들을 맞아들여 진수성찬을 대접한 것만으로는 부족한가요?』 그녀가 이렇게 소리쳤지만 누구 한 사람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여주인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긴 잘못은 우리한테 있을지도 모르지요. 당신네 같은 사람들을 집안으로 맞아들였으니까요. 그러나 무엇보다 괘씸한 것은 우리가 여자들이라고 당신들 일곱 사람은 우리를 깔보았다는 거예요』 이렇게 중얼거리고 난 여주인은 마룻바닥을 세번 두드리며 소리쳤다. 『어서 나오너라!』 그러자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뜻밖에도 반침 문이 활짝 열리면서 저마다 손에 칼을 든 검둥이 노예 일곱 명이 우르르 달려 나오는 게 아닌가? 『약속을 어긴 이 자들을 묶어 두름으로 엮어라!』 여주인은 흑인 노예들을 향하여 소리쳤다. 검둥이들은 여주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곱 명의 방문객들을 밧줄로 묶고, 두름으로 엮었다. 그 검둥이들이 얼마나 힘이 세고 우악스러웠던지 아무도 저항할 수가 없었다. 일을 마친 노예 하나가 여주인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오, 절개 굳으신 분이여! 이놈들의 목을 벨까요?』 그러자 여주인은 말했다. 『잠시 그냥 두어라. 목을 베기 전에 이자들의 신분에 대하여 물어보아야겠다』 그때 짐꾼이 외쳤다. 『나의 상전님! 남의 죄로 해서 저의 목숨을 빼앗진 마십시오. 이 사람들은 모두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사실 아무 죄도 없습니다. 이 애꾸눈이 탁발승들만 아니었다면, 정말이지 오늘밤 아무 탈없이 재미있게 놀았을 것입니다. 이놈들이 들이닥친 덕분에 아름다운 도성은 쓸쓸한 황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외치고 난 짐꾼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아름다워라, 세상에 씩씩한 사나이는! 그의 굳은 의기는 누를 길 없어라.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힘없는 백성에게 인정을 베푸는 것 오, 우리가 함께 한 즐거웠던 한 때를 생각해서라도, 남의 잘못으로 나를 괴롭히지 마소서. 짐꾼의 노래를 들은 여주인은 씽긋 웃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때 문지기 여자가 일동에게 다가와 말했다. 『당신들의 목숨은 이제 단지 한 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자신의 신분을 말하세요. 지위가 있는 사람이거나 지체가 높은 사람이라면 감히 그런 추잡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테지요』 교주는 자신이 처한 이 곤궁이 낭패스럽기 짝이 없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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