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인규/국도변 휴게소직원,운전자에 술팔다니

  • 입력 1997년 11월 11일 08시 11분


늦휴가를 얻어 딸과 함께 2박3일간 목장을 하는 홍성의 친구집을 다녀왔다. 모처럼의 현장학습이라고 나선 여행. 딸은 평소 듣지 못하던 탄성을 연발하며 늦가을 풍경을 머리와 가슴속에 담는 듯했다. 귀가길에 고속도로의 정체가 부담스러워 국도를 택했다. 점차 추워지는 날씨 탓인지 국도변 휴게소에서는 꼬치며 가락국수가 운치를 더했다.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한 다음 사진도 찍고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40세 안팎의 남자 세명이 술기운에 벌건 얼굴로 승합차에 오르는 게 아닌가. 취기가 가득한 운전자는 캔맥주를 마시며 시동을 걸었다. 길게 펼쳐진 뒷좌석에는 내 딸만한 남자아이 둘이 콜콜 자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달려가 자동차 열쇠를 빼앗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딸이 보는 앞에서 얼굴 붉히는 장면을 연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휴게소를 떠난지 30여분뒤 예고처럼 벌어진 국도변 교통사고. 웽웽하는 사이렌 소리에 잠들었던 딸이 놀라서 깼다. 백미러 속으로 사고현장이 멀어져가면서 갑자기 승합차 뒷자리에서 곤히 잠자던 두 아이가 떠올랐다. 술집도 아닌 휴게소에서 술을 팔아야만 하는지 답답했다. 이인규(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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