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邊山半島)는 산과 바다가 두루 좋은 곳이다. 안쪽에는 내변산(內邊山)의 연봉(連峰)이 우뚝하고 바깥쪽에는 외변산(外邊山)의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더구나 바닷가를 따라 일주도로가 잘 닦여 있어 드라이브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부안읍내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변산 방면으로 15분쯤 달리면 하서면 소재지. 여기서 736번 지방도로 접어들면 내변산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직소폭포 초입의 백천내까지는 30여리다. 사방이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내변산은 직소폭포 분옥담 벼락폭포 등의 여러 비경과 낙조대 관음봉 망포대 등의 기암 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룬다. 그 중에서도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서해 일몰과 직소폭포 주변의 경관이 특히 볼 만하다. 주차장이 있는 매표소에서 직소폭포까지 왕복하는 데에는 3시간쯤 걸린다.
736번 지방도를 타고 되돌아나오다가 청림리 다리에서 최근에 새로 개설된 도로로 들어서면 반계 유형원(1622∼1673)의 유적지인 보안면 우동리에 이른다. 이곳에는 근래에 복원된 학당과 선생이 생전에 쓰던 우물이 남아 있다.
우동리에서 다시 30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10분 남짓 달리면 내소사 입구다. 내소사는 변산반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찰일 뿐만 아니라 주변 풍광이 빼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울창한 초입의 숲길이 매우 인상적이며, 내변산의 기골 장대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경내는 단풍철이 절정에 이르면 오색 찬란하다. 대웅보전을 비롯한 당우(堂宇)는 대체로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대웅보전 정면의 문짝에는 연꽃과 국화꽃이 조각된 꽃살문이 있어 늘 화사한 꽃밭을 이룬다.
내소사에서 모항을 거쳐 격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줄곧 줄포만과 고창 선운산을 바라보며 달린다. 시원하게 펼쳐진 칠산바다, 어촌들의 한가로운 정경, 부서지는 가을 햇살을 받으며 쪽빛 바다를 가르는 고깃배들…. 한없이 아늑하고 평온한 풍정(風情)에 젖다보면 채석강까지의 오십리길이 짧게 느껴진다.
채석강은 충첩한 수성암 절벽 아래에 여러 개의 해식동굴이 뚫려 있고 서해의 장려한 낙조를 감상할 수 있어 변산반도 최고의 절승(絶勝)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10㎞쯤 떨어져 있는 변산해수욕장도 일몰의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숙식]
부안댐 입구의 대항리에는 온천탕과 숙박시설을 갖춘 변산온천(0683―84―8244)이 있으며 채석강 근처에는 채석장(0683―83―8040)을 비롯한 장급 여관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모항부근 국도변의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일신관광농원(0683―84―8867)에서도 숙식이 가능하다. 부안읍내 계화회관(0683―84―3075)의 백합죽은 담박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며 부안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도 유명하다.
[드라이브 메모]
서울에서 호남고속도로 태인IC까지의 거리는 약1백90㎞이며 승용차로 3시간쯤 걸린다. 절경이 많은 변산반도의 남쪽 해안도로는 굴곡이 심한데다 낭떠러지 구간이 많으므로 운전하면서 구경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도로변의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간이 주차시설을 이용하는 게 좋다.
양영훈(여행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