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권선경/빨랫줄 청바지 메이커제품만 훔쳐가

  • 입력 1997년 11월 5일 08시 34분


며칠전 하늘이 화창하기에 청바지를 모아서 빨았다. 다른 빨래에 물감이 들기 쉬워 청바지는 따로 모아 세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 네벌이나 되는 청바지를 세탁하는 나를 보면서 출근하던 남편은 『밖에다 널지 마, 집어갈지도 몰라』 하고 말했다. 「누가 입던 빨래를 집어가겠어」 하는 생각에 귓전으로 흘려 들었다. 그런데 빨래를 널어 놓고 한나절이 지나 무심코 빨랫줄을 내다보는데 가운데가 휑하지 않은가. 아이의 바지와 오래돼 낡은 내것만 남고 남편과 나의 새 청바지 두벌이 보이지 않았다. 즉시 옆집 아주머니에게 달려가 혹시 보지 못했는가 물어봤더니 『나도 당했어』 하며 혀를 끌끌 찼다. 동네 아이들이 유명메이커 옷이 걸려 있으면 몰래 가져간다는 얘기였다. 메이커가 뭔지 그 무리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소외감이 나쁜 일을 저지르게 한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안타까웠다. 늦가을 볕이 부끄럽기만 했다. 권선경 (서울 동대문구 장안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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