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韓日戰 표정]『아쉬움도 있지만…응원선 모두승자』

  • 입력 1997년 11월 1일 20시 30분


월드컵축구 한국응원단 「붉은 악마」는 1일 오후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한일 2차전에서 승패와 상관없이 일본응원단 「울트라 닛폰」과 끝까지 깨끗한 우정의 응원전을 펼쳤다.양국 응원단의 함성이 잠실벌을 뒤덮은 가운데 일찍 귀가해 TV를 시청하던 시민들은 한국팀이 전반에 2골을 먼저 뺏긴 뒤 후반 맹반격에 나섰으나 찬스를 득점에 연결시키지 못하자 한숨을 연발했다.

○…시민 박종복(朴鍾福·29·회사원)씨는 『꼭 이길거라고 믿었는데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져 너무 속상하다』면서 『하지만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일본에 한 가닥 희망을 줬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겠다』고 말했다.

한 축구팬은 『한국은 이미 본선진출권을 따낸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선수들의 정신력이 도쿄 경기 때만은 못했던 것 같다』며 『한국팀이 기대만큼 경기를 못해 일부러 져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시작 3시간 전인 12시부터 입장한 양국 응원단은 각각 양팀 골대 뒤에 자리를 잡고 일찍부터 조직적인 응원전을 전개.

오후 1시반경 붉은 악마의 「파도 타기」응원이 시작돼 붉은 물결이 경기장을 두어 바퀴 휘돈 뒤 울트라 닛폰이 화답의 뜻으로 파도타기 응원에 가세했다. 이를 지켜본 붉은 악마는 모두 일어서 동참해준 울트라 닛폰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기도. 양국 응원단은 특히 경기가 끝난 뒤 새마을운동협의회원 등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경기장을 청소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시민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이날 오후 서초동 사법연수원강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종훈(金鍾勳·30)씨의 피로연장에는 TV두대가 설치돼 결혼식을 기다리던 하객들이 신랑신부와 함께 열띤 응원전을 펼치기도.

김씨는 『경기와 예식시간이 겹쳐 하객들에게 미안했는데 친구들과 함께 TV를 보면서 응원을 하니 오히려 더 좋았다』면서 『평생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일전이 열리는 시간에 운행되는 모든 국내선과 국제선에서 수시로 경기상황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 두 항공사는 공항사무실로부터 경기상황을 전달받아 기내방송으로 승객에게 전달했으며 일본행 국제선에서는 일본인 승객을위해 일본어로도경기상황을알려주기도.

○…이날 58개 중대 8천여명의 병력을 동원한 경찰은 운동장 출입구를 중심으로 경기장을 겹겹이 에워싸고 철통경비를 펼쳤으며 오전 11시경부터는 헬리콥터가 경기장 부근 공중을 선회하며 입체 경비작전에 돌입.

〈이현두·이 훈·금동근·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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