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41)

  • 입력 1997년 10월 31일 07시 22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9〉

물 속으로 뛰어든 여자는 그 하얀 몸뚱어리로 한차례 수영을 즐겼다.

물살을 일으키며 헤엄을 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짐꾼은 넋을 잃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여자는 짐꾼을 향해 물을 뿌리는 등 장난을 걸어왔다.

자신을 향하여 물을 뿌리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지 짐꾼은 꽃을 던져 그녀의 장난에 맞장구를 쳤다. 한참 동안 장난을 치던 여자는 먼젓번 여자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몸 구석구석을 씻기 시작했다. 그 탄력있는 젖가슴이며, 배꼽이며, 넓적다리며, 아랫배 밑을 씻어대던 여자는 마침내 물 밖으로 나오더니 짐꾼의 무릎에 걸터앉았다.

『오, 나의 사랑, 내 눈동자의 빛이여, 말해보세요, 이게 무엇인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사내의 무릎에 올라앉은 여자는 역시 자신의 거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내는 짐짓 말했다.

『어디 보자. 이건 부흔(斧痕) 같소』

그러자 여자는 온통 객청이 울릴 만큼 세차게 사내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

『그런 추한 말을 입에 담다니, 부끄럽지도 않소?』

그래서 사내는 외쳤다.

『오라! 이건 교량의 바질이오』

그러자 여자는 다시 사내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

『아이 망측해라! 어쩌면 그런 뻔뻔스런 말을 할 수가 있지요?』

그렇게 되자 사내는 「구멍」 「시실」 「음핵」하고 생각나는대로 온갖 이름들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여자는 연방 「틀렸어요! 틀렸어!」하고 소리치며 사내의 뺨이며 목덜미를 후려갈겼다. 이렇게 계속 틀렸다고 하자 사내는 다시 말했다.

『아무래도 이건 교량의 바질이 틀림없소. 여기는 박하 향기가 나는 걸요』

그러자 세 여자는 발랑 자빠질 정도로 웃어젖히면서 사내의 목덜미를 때려댔다. 그러면서 말했다.

『아녜요! 아녜요! 그렇게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되자 사내는 마침내 소리쳤다.

『교량의 바질도 아니라면 도무지 나는 모르겠소. 여러분들은 이것의 진짜 이름이 뭔지 아세요?』

그제서야 여자들은 대답했다.

『이것은 깍지 붙은 깨알이라고 해요』

『오, 그렇군요! 이건 깍지 붙은 깨알이었군요. 아, 고마워라, 요 귀여운 깍지 붙은 깨알아! 너에게 축복 있기를!』

그제서야 여자는 사내의 무릎에서 내려와 옷을 주워입었다. 그리고 일동은 다시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짐꾼은 여자들한테 얻어맞은 목과 어깨가 아파 끙끙 신음소리를 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나이가 가장 위인 제일 아름다운 여자가 일어나더니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걸 보자 짐꾼은 더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오, 내 목과 어깨는 이제 알라의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겠구나!』

여자는 연못 속으로 들어가 유유히 헤엄치기 시작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 매끈하고 날씬한 알몸으로 물살을 일으키고 있는 그녀의 몸동작들이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웠던지 짐꾼은 낙원의 천사를 보고 있는 것처럼 황홀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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